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당면 과제

허상수, 前 성공회대 교수/논설위원

2020-09-22     제주일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상 최초로 온라인 투표로 당대표를 선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조치의 하나인 자가 격리 상태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 대표는 당선 인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꼭 승리하여 이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아일보 도쿄특파원과 전라남도 도지사라는 광역단체장 출신의 이낙연 대표는 누가 보더라도 안정감을 지닌 국회의원 5선 관록의 정치인으로서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하는 맛깔난 입담으로 유명하다. 총리 시절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든든한 국정 동반자로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간의 주례회동을 정례화했다. 단순한 주례보고가 아닌 말 그대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의견을 폭넓게 경청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 전체를 조감하고 동아시아와 세계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낙연 당대표의 6개월은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라’는 촛불혁명의 흐름 위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 가장 중요한 때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제21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입법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서 개혁입법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곤란하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개혁입법에 대한 요청은 매우 간절하다. 특히 제주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4·3법 개정을 여러 번 촉구해 왔다. 4·3법 개정이 제21대 국회 첫해에 이루어지는 게 제주4·3사건 유족뿐만 아니라 제주도민, 전국적으로 한국전쟁전후 시기 수난을 입었던 많은 유족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이 대표를 네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 준 함평군 지역구 역시 수많은 민간인학살 희생자유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탓에 이 대표는 이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확고한 인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행기 정의 실현을 위해 제주4·3법 개정에 대해 강력한 추진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마땅하다.

특히 이 대표는 국무총리시절 제주4·3 제71주년 추념식에 참석하여 유족들이 “이제는 되었다고 말하게 될 때까지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말함으로써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이 미래 발전을 위해 불행했던 과거사 청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분한 이해의 반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의 가치와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이 대표는 ‘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를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이에 관한 책을 써내기도 했다. 제주도는 농업과 함께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소득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분야가 관광업과 항공업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대형항공사가 팔려나갈 처지에 몰려있고, 무분별한 중소항공업 허가로 인해 덩치가 커진 업체들은 불황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한 순간에 이들 양대 업종에서 과거와 같은 호경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매우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주도민들의 반대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제주 제2공항 신설이 강행되고 있다. 총리시절의 국무조정 능력을 적극 발휘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대세론에 안주하여 쉬운 길을 택하여 지지자들을 잃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담대한 개혁과 긴 안목의 미래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수많은 지지 세력을 모아내는 이낙연 대표의 생산적 정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