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이별과 사랑

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2021-05-17     제주일보

5월을 가정의 달이라 합니다. 매년 521일은 부부의날로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날입니다.

어느 날 인간극장 드라마, ‘어느 부부의 이별과 사랑을 시청했지요. 남편은 미안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어.” 얘기합니다. 아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이혼서류를 꺼냅니다. “집과 자동차, 부동산과 현금, 그중에서 당신이 50%를 가질 수 있어.” 아내는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써놓은 편지가 보입니다. 눈물이 얼룩져 있어 혹시 맘이 흔들릴까, 읽지 않으려다 읽습니다.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다만 한 달쯤 시간을 갖고 싶어 한 달 만이라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대해줘. 아이 시험 기간인데 신경 쓰지 않게. 그리고 이혼 조건으로 한 가지 부탁만 할게, 당신이 결혼 뒷날 아침 출근 때, 나를 안고 거실에서 현관까지 갔던 것처럼 한 달만 그렇게 해줘.” 이 여자가 왜 그럴까. 한 달이면 끝날 일이니까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첫날 거실에서 아내를 안았을 때 몹시 어색했지요. 몇 년간 신체접촉이 없었으니까. 열 보를 걸어 현관까지 갔을 때 뒤에서 아이가 봅니다. 그는 아이에게 웃음을 보이며 아내를 내려놓고 출근합니다.

둘째 날은 첫날보다 나아졌습니다. 아내는 그의 가슴에 적극적으로 기댔고 블라우스에서는 향기가 납니다. 피부의 잔주름을 보면서 그동안 모르는 사이 이렇게 됐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요. 셋째, 넷째 날 아내를 들어 올렸을 때 오래전의 친밀감이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게 자신의 10년을 바친 여자, 다음 날부터 아내를 안아 나르는 것이 익숙해 갑니다.

어느 날 아침 아내가 옷을 고릅니다. 옷들이 모두 커져 버렸다며 투덜댑니다. 그러는 사이 아내를 들면 들수록 가벼워 가는 느낌이 옵니다. 이혼 걱정으로 야위어 가는 줄 알았지요. 어느 날 아침 아들이 엄마를 안고 나갈 시간이에요.” 미소 짓습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습관이 돼 갑니다. 아내는 아이를 꼭 껴안습니다. 마음이 흔들립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 다가옵니다. 그는 아내와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혼을 취소하기로 다짐했지요. 회사에서 나온 뒤 꽃집에 들러 부케를 샀습니다. 부케 리본에 나는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당신을 아침마다 들어 올릴게.”라고 써달라 했지요. 집으로 달려와. “여보, 미안해 우리 헤어지지 말자, 난 당신을 여전히 사랑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말했습니다.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안방으로 들어서자 아내는 잠든 듯 가만히 누워있었죠. 그녀는 숨져 있었습니다. 아내가 남긴 편지에서 위암 말기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시한부 삶을 받아들였습니다. 아들에게 다정한 부모의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부케를 떨어뜨리며 주저앉은 채 아내를 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날마다 함께하면서 가깝게 접하는 것에 대해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합니다. 내 곁을 떠난 뒤에야 깨닫게 되지요. 가슴 치며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언제나 따뜻한 미소와 배려로 지내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5월 부부의날에 즈음하여 어느 부부의 이별과 사랑 새삼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