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남편' 잔혹살해 40대 참여재판서 징역10년
청주지법 형사21부(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20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편의 폭행과 학대를 참지 못하고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엄모(47.여)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가 완전히 저항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흉기로 내리쳤고 범행 전 현장을 벗어나 자기 방어를 위한 다른 방법을 택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당방위 혹은 과잉방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비록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피해자가 먼저 흉기를 들고 위협을 가한 정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저지른 폭력의 잔혹함이 그 정도를 넘어선 점 등에 비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여성 3명과 남성 4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선고에 앞서 1시간 동안 유.무죄 평결 및 양형 토의를 벌인 뒤 만장일치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유죄 의견을 냈으며 양형에서도 재판부와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측은 현장 사진과 부검감정서 등을, 변호인단은 남편의 가정폭력 전력과 주변인의 탄원서 등을 제시하며 엄 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인지, 과잉방위인지 또는 의도적 살인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엄 씨가 남편으로부터 수차례 폭행과 학대를 받아오며 고통스러워했고 당시 엄 씨의 범행도 술에 취한 남편이 먼저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하자 극도의 공포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저지른 것이었을 뿐 살해 의도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남편이 해를 가할 생각 없이 흉기로 위협만 했을 뿐임에도 엄 씨가 빼앗은 흉기로 수차례에 걸쳐 남편의 머리를 내리친 점과 인근에 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엄 씨의 행위가 의도적이었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년간 남편 김모(45.사망) 씨와 함께 살며 폭행과 학대를 받아 온 엄 씨는 지난 6월1일 오전 4시30분께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한 김 씨가 흉기를 들고 위협하자 흉기를 빼앗은 뒤 김 씨를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