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저의 전략

2010-11-30     현창국 기자
동물의 왕국에서 호저는 작고 움직임이 느린, 쉬운 먹잇감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저는 공격을 받으면 몸에 달린 가시를 세우며 상대에게 달려든다. 이 공격을 견뎌내는 동물은 거의 없다.

한번 찔린 가시는 갈고리 모양이어서 빼내려 할수록 더 깊게 피부 속에 파고들어 깊은 상처를 낸다. 호저를 ‘산미치광이’로 부르는 까닭은 잘못 건드렸다간 이처럼 미치광이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호저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호저와 비슷한 고슴도치는 이솝우화에 등장해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남겼다. 초겨울 추위에 떨던 고슴도치는 겨울잠을 준비하던 뱀을 만나 함께 지낼 것을 하소연한다. 뱀은 불쌍히 여겨 구석 자리를 내준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 됐다. 뱀은 날이 갈수록 고슴도치 가시에 찔려 견딜 수 없었고, 이를 피하다보니 되레 구석진 곳으로 몰렸다. 참다못한 뱀은 미안한 얼굴로 고슴도치에게 굴 밖으로 나가달라고 통사정했다. 이에 고슴도치는 생뚱맞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나 나가세요.”

▲북한외교는 호저와 고슴도치의 습성을 넘어섰다. 우선 주위에 두려움의 존재로 각인을 시키는 전략이다. 그 방법은 매우 잔인했다. 아웅산 폭탄테러, KAL기 폭파사건 등 숱한 도발로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북한이 조성한 이런 두려움은 한반도 주변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선 무기이고, 대단한 카드였다. 소위 ‘벼랑끝 외교’다. 북한은 이를 통해 계속 버티며 챙길 건 다 챙겼다. 핵포기 등 굳게 약속한 합의내용은 우리와 세계를 속이며 내팽개쳤다. 핵능력을 과시한 뒤 곧바로 연평도를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의 노림수다.

▲북한의 이런 전략은 전쟁 상황에서나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최소한의 신의, 그리고 대화와 협력모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연장선상에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공격자를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격자 스스로 아예 공격할 생각조차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잘못 공격했다간 큰 코 다친다’는 정도의 위협이 아니라, ‘목숨을 건 도박일 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공격자에게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라고 호저의 전략을 차용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현창국 뉴미디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