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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을 그리워하며
양임숙 /수필가
2017년 02월 24일 (금) 제주신보 webmaster@jejunews.com

바람은 길게 늘어선 카나리아 야자 잎 사이를 지나고 있다. 겨울바람은 차다. 봄은 아직도 멀었는데 화사한 복사꽃을 그리워한다. 바람이 스쳐 지나듯, 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크고 작은 파편들이 찌릿하게 자극한다. 나를 추위에 떨게 했던 기억들이 상처의 아픔보다 삶에 지혜로 승화되고, 그것들은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 살아가면서 절망감과 배신감으로 밤을 새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살만하지 않는가.


지나온 시간에서 지울 수 없는 기억들, 공직에서 사십 여년의 시간은 내 삶이였고 가치였다. 그 긴 터널을 지났을 때 주워진 소명을 마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자유인이 돼 있었다. 나의 의지 되로 살아가는 세상에 감사를 표한다.

 

현직에 있을 때였다. 미국 연수차 켄터키 주 렉시톤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이다. 서귀포시에서 시행하는 해외연수지로 미국에 도착해 보니 부딪치는 일마다 장벽이었다. 컨터기 주에 있는 UK에 언어과정 초급반에 등록을 하고 굳은 결심으로 공부에 몰입했지만, 영어공부는 오십이 넘은 나에게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혀 다른 문화에서 오는 긴장감과 서투른 언어, 낮 설은 생활환경은 극도로 나를 위축시켰다. 되돌아 올 수도 없었고 혼자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높았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나는 배낭하나 메고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 도착한 곳은 뉴올리언스였다.


그곳은 미시시피강의 마지막 도착지이기도하다. 그 강은 미국북부 케나다 국경 미네소타에서 발원하여, 여러 주를 가로질러 육천이백칠십여킬로 미터를 흘러와 바다와 만나는 것이다. 미 대륙을 관통하며 굽이굽이 흘러온 세월은 얼마일까.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춰 긴 세월 바다를 그리워함으로 그곳에 이르렀다. 그리워하는 것은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강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것을 보았다. 바닷새들은 하늘을 날고 물결은 조용히 출렁 일 뿐이다.


“야호”


나는 소리쳐 외쳤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장벽이아니라 새로운 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은 어디에서든 그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때 존재의 이유가 있다.


사람이 새로워야 하는 이유 또한 그러하다. 영원할 것 같은 시간도 쏜살같이 지나고 겨울에 부는 바람도 복사꽃을  피우기 위한 것이리라.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자유 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자유는 모든 환경을 관통 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어그러지고 꼬인 것들이 질서를 이루며 정돈된다.


아름다운 기억들은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겨울에 찬바람도, 봄날에 그 화사함도 그 근원으로 돌아가는 그 경계에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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