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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예아빠
 2008-06-03 15:21:52  |   조회: 11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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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는 태풍 ‘나리’ 때문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중국은 지진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지금도 지구촌 곳곳은 자연재해 앞에 무방비로 내던져져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 6월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놓고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보게 됩니다. 책 표지에는 할머니와 그 품에 안긴 아기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풍파를 넘어서는 이들의 미소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작가이며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Helena Norberg-Hodge) 여사가 쓴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는 이렇게 표지에서는 편안함을 줍니다. 그러나 쉽게 그리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본문은 많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생태환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과학기술문명 발전과 세계화의 흐름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은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에서의 체험을 이야기하듯이 펼쳐 나갑니다.

1975년 언어학자로서 라다크의 토속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이곳에 온 저자는 그들의 삶 속 깊이 배어든 생태학적 지혜와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에 매료됩니다. 그리고 이후 16년을 그곳에 머물며 라다크 사람들과 더불어 생활합니다.

그들은 진흙으로 빚은 벽돌로 집을 짓고, 직접 농사지은 보리와 통밀을 주식으로 하였으며, 산에서 기른 염소나 야크의 젖으로 버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동물의 털로 실을 짓고 옷을 만들 줄 알았습니다.

기운 옷을 또 기워 입고, 동물의 똥을 주워 땔감을 하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가난'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친밀한 지역공동체는 언제든지 생계에 필요한 노동력을 원조해주었고, 자연은 씨를 뿌리고 가꾼만큼 결실을 맺게 해주었습니다. 싸움이니 경쟁이니 하는 것들은 라다크의 생활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일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마을에 서구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라다크는 결국 외부에 노출되었고, 이에 따른 변화는 극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관광객들은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펑펑 돈을 뿌리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풍요롭고 편리한' 외부 문물에 비해 자신들의 생활 방식이 매우 낙후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라다크의 중심거리는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새로운 문물을 접하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공동체는 서서히 붕괴되어 갑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 모습을 통해 '변화' 이전과 이후의 라다크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세계화의 시험장으로서 라다크를 주목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작게는 '행복의 조건'에 관해, 크게는 '세계화 시대의 사회경제체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관점을 결코 강요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개인 스스로가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고 그 점을 전달할 뿐입니다.

“전통 사회에도 물론 불편함은 있었고, 개발이 그 불편함을 개선하기도 하였다. 돈과 기술의 도입과 현대 의학 덕분에 실질적인 혜택이 이루어졌음은 분명하다. 많은 라다크 사람들은 이제 전보다 훨씬 더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행을 즐기고, 외부로부터 더 다양한 물건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때는 사치품이었던 쌀과 설탕이 이제는 일상의 식품이 되었다. 교육은 사람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대장장이처럼 전통 사회에서 불리한 지위에 있던 사람들은 현대화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현대 세계가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유와 기동성이 대단히 유혹적이다. …(중략)…
청동 항아리가 분홍색 플라스틱 양동이로 대체되고, 야크털 신발이 버려지고 공장에서 생산된 값싼 신발이 환영받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나는 나의 심미적 태도를 강요할 권리가 없고, 그들에게 좋은 것이 무엇이라고 말할 권리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의 침입이 흉하고 부적절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물질적인 이익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오래된 미래-라다크로 배운다 본문 중)

2008년 한국 사회는 ‘변화의 바람’ 앞에 서 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변화의 바람’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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