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박정희 의장의 세 번째 제주방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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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 "근면 성실한 제주도민에게 경의를"
과잉생산 고구마 활용 외화 절감위해 고구마 제당공장 설립 건의
"공장계획을 제출하면 기술 지도 등 정부에서 적극 지원"

나는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에게 제주도의 1차 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현안을 건의했다.

 

우선 고구마 제당공장의 설치의 필요성을 보고했다. 나는 그해 1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이 고구마를 이용해 당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제주도에도 이같은 고구마제당공장이 있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당시 제주도 고구마 생산량이 많아져 농가들이 처리에 많은 애를 쓰고 있었고 남는 고구마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으로 일본의 고구마 제당공장을 눈여겨 보았던 것이다.

 

일본은 고구마를 단순히 식량자원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높은 차원에서 활용해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있었다. 또 제주도에서 재배하고 있던 맥주의 원료인 맥주맥이 제주도의 환경과 맞지 않아 다른 환금작물로 전환해야할 필요성도 있었던 차였다.

 

그래서 나는 이를 가장 먼저 박 의장에게 보고와 함께 고구마제당공장을 제주도에 설치해달라고 건의했던 것이다.

 

박 의장은 이를 듣고 고구마 제당공장 설치에 따른 계획을 상공부에 제출하면 기술적인 지도 등 정부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번째는 제주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선 부족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 의장은 제주 수산업을 빠른 시일 내에 발전시켜 나가되 외국 차관에만 의존하지 말고 주 원인이 되고 있는 어선 부족 문제를 먼저 해결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박 의장은 또 제주지방의 보리농사는 기후조건이 부적합해 새로운 특용작물로 대체할 것을 지시했고 대학 및 학교운용은 지역적인 요소와 지역 개발에 필요한 농축수산학과 등 필요한 학과설치에 역점을 두라고 지시했다.

 

이어 포도당 공장의 설치 건의에 대해서도 자세한 계획서를 상공부장관이 연구 검토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1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고구마 전분에서 포도당 추출해 설탕 대신에 아이스크림과 과자에 이것을 널리 이용하는 것 보고 해마다 고구마 처리문제로 골머리 앓고 있는 문제 해결책으로 제당공장 설치를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박 의장에게 이같이 보고하자 박 의장은 이후락 실장을 통해 “제당공장을 제주도에 세우려는 재일동포 실업인들의 의욕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사업계획을 상공부에 제출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가능한 지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나는 제당공장이 설립되면 제주도의 고구마 처리는 물론 국내설탕 수요의 3분의 1을 충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324만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음을 강조했고 박 의장은 이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지원을 거듭 약속했던 것이다.

 

박 의장이 지원을 약속하자 제당공장은 제주지역 경제의 일대 혁신사업으로 도민들의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제주 농민들은 고구마가 식량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돈이 된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으며 고구마 과잉생산은 이제 문제가 아니게 됐다.

 

박 의장은 2박3일간의 제주도방문을 마치며 제주 도민들에게 이례적으로 이도 메시지를 남겼다. 박 의장이 도민들에게 메시지를 남긴 것은 제주도의 변화와 개발을 통한 발전이 눈에 보일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척 기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박 의장은 제주도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박 의장이 남긴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나는 이번 시찰에서 제주도민의 의욕적인 모습과 정부계획사업들이 순조로이 진척되고 있는데 대해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도민자체의 복지향상을 위해서나 국가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관광·수산·축산·특산물재배 등 많은 분야에 개척할 여지가 많으며 정부는 계속해서 제주도 개발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공사의 조속한 준공, 4·3사건 이재민 복귀사업, 간이급수시설을 위해 정부는 더욱 지원할 것이며 제주항 축항계획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방안을 수립, 연구할 것입니다. 나는 관민일치의 근면 성실한 도민들의 모습에 대해 경의를 드려마지 않습니다.”

 

나는 박 의장이 제주도를 방문한 후 50일 만인 7월 25일 도내 실업인과 재경인사, 재일동포들을 참석시킨 첫 공식회의를 열고 제주고구마설탕공장설립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장은 도지사인 내가 맡았고 부위원장에 홍종언 제주상공회의소 회장과 김덕부 제주전분협회장을 선출했다.

 

나는 제당공장 설립에는 2억3000만환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1일 50t의 포도당 생산이 가능한 기계를 도입하는데 재일동포들이 1억1000만환, 그밖의 시설비로 1억2000만환을 예상했는데 그 가운데 7000만환은 도내 실업인들이, 5000만환은 정부의 장기융자로 충당할 계획을 세웠다.

 

나는 또 공장 설립에는 오사카경제인협회(회장 정태길) 재일제주개발협회(회장 김평진), 오사카도민회(회장 안재호), 재경제우회(회장 황순하) 등 제주출신 국내·외 친목단체들의 참여를 권유했다.

 

나는 고구마 제당공장이 설치만 되면 전분 찌거기를 축산사료로 활용해 축산개발도 가능 하고 고용증대의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한달 후인 8월 안재호 회장이 기계도입자금 중 1억환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내게 전했고 나는 2억환 투자를 권유했는데 안 회장은 처음에는 난색을 보이다가 재일동포재산반입이 실현되면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나는 제당공장 설치를 위한 1안과 2안을 마련하고 안재호 회장의 투자가 어려울 경우 민간차관 100만달러을 정부당국에 요구할 복안도 수립해 놓았다.

 

그후 나는 안재호 회장의 투자제의를 가지고 김현철 내각수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유창순 상공부장관, 장경순 농림부 장관을 방문해 공장설치 필요성 강조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나의 이같은 노력으로 그해 8월 30일 농림부가 제당공장 사업타당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데 까지 발전했으나 4년 후인 1967년 4월 28일 제14대 정우식 도지사에 의해 결실을 보게됐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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