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문화제와 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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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前 제주예총회장/시인

제50회 탐라문화제가 지난 10월 7일부터 5일간 제주시 탑동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5일간 전형적인 제주의 쾌청한 가을 날씨 속에, 하늘로 치솟은 형형색색의 깃발들과, 알록달록 고운 의상, 구성진 가락, 장단, 율동 등이 한데 어우러져, 신명나는 한판을 연출했다. 100년을 반으로 딱 접어서 반세기를 달려온‘탐라문화제’…. 소위 예술의 불모지라고 했던 척박한 제주 땅에, 1962년 4월 29일 예총을 처음 만드는데 앞장섰고, 같은 해 ‘제주예술제’를 시작으로 3회까지 이끌어 온 한국예총 초대지부장인 고(故) 양중해씨를 어찌 잊으랴!

 

‘예총도지부’의 역사인 ‘제주문화예술백서.1988’에서 그의 회고담을 들어보자.
“대회명칭 확정과정에서 필자는 ‘탐라문화제’란 명칭에 호감을 느꼈던 것이나 많은 사람이 ‘한라문화제’가 좋다는 의견이어서 나도 그에 따라버렸던 것이나(하략)”라고 회고할 때까지만 해도, 명칭에서만은 ‘탐라문화제’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가 있었는데, 이를 두고 혹자들은 “지부장의 성씨가‘제주양씨’라서 소신대로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딴 데서는 축제와 관련된 역사라면 끌어들여 접목시키려고 난리들인데, 제주의 정사인 탐라사 마저 외면하면서,‘산악제’도 아닌 ‘문화제’에, 자꾸만 상징행사로‘한라산신제’를 끌어들여온 것도 사실이 아니던가? 요즘 내걸린 ‘천년 탐라문화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오히려 만시지탄이 있는 표어라 하겠다. 양중해지부장의 회고담을 계속 들어보자.

 

“이 때는 아직 그 행사 예산이 제주도 당국에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지방예술인들의 호주머니 돈이거나, 구걸예산에 의한 행사였다. 예술제의 계획을 세우면, 아직은 영세했던 제주시내 각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방명록에 싸인을 받는 일이었다.”

 

그 당시 모든 민간단체들이 행사를 치르려면, 방명록을 들고 구걸행각을 다니는 게 관례가 되었던 시절이라, 민폐가 되어도 서로 이해하고 잘 감수해내곤 했었다. 오히려 참여의식을 발휘해, 십시일반으로 몸소 찾아와 격려하고, 행사기간 도처에서 훈훈한 미담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던 것도 사실이다.

 

방명록이 없어진 해는 12회부터라고 한다. 필자가 관여했던 ‘11회’까지만 해도 각 지자체의 보조금은 행사비의 절대치에 못 미쳐, 상당부분 구걸행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새삼스레, 왜 옛날 고리타분한‘구걸행각 시절을’ 들추어내느냐 하면, 현재 ‘탐라문화제’ 집행부인 ‘예총’이 도행정의 우산에 갇혀, 자생력을 잃고, 의존적인 만네리즘에 빠져버린 것이나 아닌지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어느 날 그렇게 믿던 도가 우산을 접어버리면,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새출발을 하자는 것이다.

 

자기희생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로 예총의 조직을 재정비하고, 뼈아픈 자기반성 위에,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상략)갖가지 문화 및 예술행사들이 베풀어지는 곳에 그 지역사회의 융성발전을 도모할 수 있음은 뻔한 일이고, 이런 행사들을 주관, 추진, 후원하는 상설단체로서의 예총의 위치는 그 지역 문화예술의 심장부가 되었어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고장에서의 예총은‘한라문화제’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로 오인될 정도로 무기력하다. 한 해 동안 잠잠해 있다가 문화제 계절만 닥치면 후조처럼 나타나 한바탕 왁자지껄한 다음 다시 어디로 사라져버리는 슬픔을 되풀이하고 있다.(하략)”

 

1970년 10월 23일자 제주신문 ‘해연풍(海軟風)’에 필자가 쓴 ‘문화제와 예총’이라는 글의 일부이다. 40년 전 ‘예총’은 상설단체가 못되었던 아쉬움은 있었지만, 때가 되면 후조처럼 나타나 ‘한라문화제’를 치러냈던 그나마 자생력 있는 단체였던 걸 엿볼 수가 있다.

 

과거사는 이제 그만 덮고, 다시 밝고 알찬 ‘제51회 탐라문화제’를 지금부터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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