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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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태 한국환경공단 제주지사장/공학박사

2015 아연, 2017 납, 2028 구리, 2038 석유, 2058 천연가스, 2060 철 그리고 2067 우라늄…. 다소 난해하게 보이는 숫자와 단어들은 다름 아니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펴낸 자료에서 인용한 이 지구상의 채굴 가능한 주요 지하자원의 고갈 예상 연도이다.

 

반면에 종이 1t을 재활용하면 30년생 나무 17그루를 살리는 효과도 있지만 석유 약 1500ℓ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알루미늄캔 1t을 재활용하면 보크사이트 4t을 새로 수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100W의 전기기구를 4000시간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를 부수적으로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보크사이트로부터 새로운 캔을 만들 때에 비해 에너지가 25분의 1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유리를 버리지 않고 다시 유리를 만드는데 사용하면 모래로부터 시작하는 것에 비해 에너지가 32%나 절감된다. 고철을 재활용해도 70%의 에너지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5%만 더 올려도 직접적인 재화 재창출이 연간 약 2000억원에 이른다.

 

매립지 수명 연장이나 소각비용 감소는 물론 각종 환경적 부하 저감 등을 모두 합하면 재활용의 효용성은 가히 어느 유망산업 못지 않다는 계산이 금방 나온다.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경쟁력인 시대이지만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어느 연구원의 고등학생 딸이 부모의 잔소리가 듣기 싫으면 “자꾸 그러면 나 아빠처럼 이공계 갈 거야”라고 위협(?)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이공계의 위기’는 우리들 주변에 만연해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과학기술자들 자신과 그렇게 길러낸 이과교육 자체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이 사회의 책임도 크다.

 

국가의 균형 잡힌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인재의 등용 범위에 페이퍼웍이나 프레젠테이션에서 덜 세련되고 또한 어눌하고 고집 센 이공계 출신들도 충분히 수혈을 하자는 의견에 기꺼이 찬성을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거나 유망한 기술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데도 이의가 없다. 또한 학제간(學際間) 협업이 긴요한 RT(재활용공학)도 소위 말하는 IT, BT, ST, NT, ET 및 CT 같은 유망기술의 반열에 당연히 포함시키고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RT는 휴대전화기를 만들거나 항공기를 만드는 그런 첨단산업은 아니지만 그런 것 못지않게 중요한 미래산업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오래 전 드럼통을 펴서 자동차까지 만든 우리의 재능은 반복실험을 통해 완성되어질 수 있는 RT를 특화시키기에 적합하다. 특히 재활용은 시멘트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원자재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환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 심각히 영향을 받는 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재화창출산업이자 고용창출산업이다.

 

RT는 쓰고 버려진 폐기물로부터 오늘날 고도화된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재활용업체들은 매우 영세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가족단위 공장이 대부분이며 사장이 생산 담당자이자, 판매 담당자이며, 또한 관리 담당자이다. 이들에게 왜 기술개발이나 미래를 위한 연구를 하지 않느냐고 채근할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많고 자체 연구인력을 갖춘 전자산업과 식품산업 등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기관들은 있어도 전문재활용기술연구소의 간판을 단 곳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이공계의 위기와 맞물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모두가 RT에 관심을 갖고 육성하는데 지금부터라도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의 미래가 재활용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언하건 되, 이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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