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가 살면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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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제주도교육청 장학관/수필가

‘효(孝)가 살면 모두가 산다’는 1997년 개교한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건물 정면에 게시된 글귀로, 시대가 변하더라도 효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지켜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또, 영국의 세계적 역사학자 토인비는 “장차 한국문화가 인류문명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홍익인간 정신에 바탕을 둔 효사상일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10월의 끝자락 토요일 ‘김영임의 소리 孝 대공연’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관람했다. 형식은 김영임의 애끓는 가락에 스토리와 고전무용이 결부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즉, 효(孝)라는 주제의 연극적 요소를 활용한 국악무대라 할 수 있다. 또 내용은 두메산골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한 외아들이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부유한 사장 집안의 무남독녀와 결혼한 후, 처갓집 더부살이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푸대접은 그렇다하더라도 오직 자기만을 믿고 살아온 어머니의 간병과 임종을 보지 못하는 불효를 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이야기가 공연을 이끌어 갔다.

 

한 마디로 말하면, 주 관람객인 60·70세의 어르신들 대부분이 2시간 동안 마치 극중의 어머니가 자신인 것처럼 손수건을 들고 계속 얼굴을 훔쳐내고 있었다. 스토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공연은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보다 오히려 젊은 아들·딸들이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됐다.

 

2009년 한국효운동총연합회에서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효의식 변화에 대한 인식’설문조사에 따르면, ‘효의식이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다’에 응답한 비율은 77.0%, ‘이전보다 강해지고 있다’는 비율은 2.7%로 비교할 수 없는 수치가 나타났다. 이것은 최근 1∼2인 가정의 증가,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적 여건이 악화된 결과로 파악된다. 세상이 자기중심적이 돼서 자기를 첫 번째로 생각하고 그 다음에 부모를 생각하는 경향이라든지, 또 무한경쟁시대가 되면서 사회가 경쟁을 요구하다 보니까 부모를 비롯한 가족을 돌보는 것보다 경쟁적 삶에 빠져 신경을 덜 쓰는데서 비롯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서양문화가 밀려오면서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효정신을 하루 빨리 되살려야 한다. 인간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정보화 시대에 인간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효교육 중심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에서의 효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에 대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양육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이다. 지금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먹이고 입히는 양육은 과거보다 잘 하고 있지만 자녀교육은 크게 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날 우리 부모들은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길이 무엇이며, 사람됨의 바람직한 삶을 자녀교육의 핵심으로 삼았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들도 물질적 풍요보다도 사람의 도리가 무엇이며 올바른 인간적 삶의 길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야 하겠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효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효의 가치관을 현재 청소년들의 특성과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간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꾼다거나 농경시대에서 통했던 주종관계의 효를 글로벌 시대에 맞는 상호보완적 관계 속의 효로 재창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기본으로 하는 과거의 효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화합과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정신적 가치인 효를 실현해야 한다. 즉,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효교육은 도덕교육이나 인성교육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효가 살아야 우리 모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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