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박정희 대통령 당선...민정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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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 제주에서 압승하며 대통령으로 당선"
박 의장-윤보선 전국 표차 15만6026표...제주서만 5만5423표
"제주에 대한 박 의장의 관심과 애정을 제주도민들이 인정"

5·16 군사정부에서 민정으로 이양하기 위한 정치적 절차가 이행되고 있는 사이에 내가 제주도지사에 부임한 지도 2년을 넘겨가고 있었다.

 

다른 시도의 시장과 도지사는 거의 전부다 교체됐는데 군사정부 출범 이후 오직 나만이 유일하게 지사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거취가 다른 이들의 관심이 대상이 됐던 모양이다.

 

한편에서는 내가 섬인 제주도에 너무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한번 도 해 본적이 없었다. 나는 도지사에 부임하면서부터 도지사를 하고 나면 군으로 원대 복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박정희 의장 역시 이 같은 나의 생각에 동의를 해주고 있었다.

 

민정이양을 위한 정치적 과정이 진행되는 사이에 나는 도지사에 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서둘러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선이 다가오자 나는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졸여야 했다.

 

박 의장이 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대통령후보로 나선 마당에 내가 도지사로 있는 제주도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의장은 혁명정부를 구성한 이후 가장 먼저 지방방문 일정으로 제주도를 선택하고 낙후되고 괄시받던 제주도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그런데 혹시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박 의장의 제주도와 제주도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제주도민들이 잘 알아줄 거라는 희망적인 생각에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고 하는 마음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내 주위에 있던 제주도의 유지들과 지인들은 대통령 선거 결과를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키려했지만 선거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특히 나는 제주도 개발을 위해 획기적으로 지원해준 박 의장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고 박 의장 역시 내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제주도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던 만큼 도민들의 마음을 믿고 기대하고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10월 15일 실시된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 의장은 민주당의 윤보선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끝에 아슬아슬하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박 의장은 46.6%의 득표율로 45.1%를 얻은 민주당의 윤보선과 불과 1.5%차이의 초박빙의 선거를 치렀던 것이다.

 

당시 전국의 총 유권자수는 1298만5015명이었고 이 가운데 1103만6175명이 투표에 참가해 박 의장은 470만2640표, 윤보선은 454만6614표를 얻어 둘의 표 차이는 15만6026표에 불과했다.

 

반면 나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는 박 의장이 압승이었다.

 

제주도의 총 유권자수는 14만4839명이었고 이 가운데 12만8241명이 투표에 참가해 전국 평균 투표율 85%보다 높은 88.5%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당시 대통령 후보로는 박 의장과 민주당의 윤보선, 추풍회 오재영, 신흥당 장이섭, 정민회 변영태, 국민의 당 허정, 자유민주당의 송요찬이 등록했으나 허정과 송요찬은 중도에 사퇴해 5명이었다.

 

제주도에서 박 의장은 63.5%인 8만1422표를 얻어 20.2%인 2만6009표에 그친 민주당 윤보선에 3배 이상의 압승을 거둔 것이다.

 

나머지 후보인 추풍회 오재영은 3859표, 신흥당 장이섭은 3006표, 정민회 변영태는 2207표에 그쳤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5만5413표로 전국 득표 차인 15만6026표의 36%에 달하는 것이었다.

 

박 의장이 제주도에서 압승한 결과가 대선 승리의 결정적인 발판이 된 셈이었다. 나는 이때부터 제주도의 민심이 어느 당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결정해왔다고 본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를 입증시켜왔다고 본다.

 

민정이양을 위한 대통령 선거에서 제주도민들은 너무나 현명했다.

 

박 의장에게 보답해야 하는데 하는 나의 마음 한편에 선거 결과를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선거 결과를 보고는 참 잘됐다는 안도와 제주도민에 대한 고마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정치적 판단을 떠나 도민들의 성실성과 인간성에 다시 한 번 높이 평가하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특히 제주도의 대통령 선거 결과 전국의 국민들은 박 의장에 대한 고마움을 투표로 보여준 제주도민들을 더욱 신뢰하게 됐고 높이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전국적으로 박의장은 박빙의 승부였지만 제주도에서는 압도적인 차이가 났고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나로서는 뿌듯한 결과였다.

 

제주도민들은 어느 지역보다 박 의장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표로 입증한 것이다.

 

나는 제주도민들이 제주도에 대한 박 의장과 관심과 애정을 인정해줬다는 사실에 고마웠고 박 의장 역시 자신을 잊지 않고 지원해준 도민들에게 무척 고마워했다.

 

박 의장은 선거 후 나에게도 수고 많이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제주도민들은 모든 면에서 박 의장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1개월여 만인 11월 26일 제6대 국회의원 총 선거가 치러졌다.

 

제주도에서는 종전보다 1석이 줄어든 2석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는데 제주시와 북제주군 1지구에서 7명의 후보가 나왔고 남제주군 2지구에서는 5명 출마했다.

 

선거결과 1지구에서는 민주공화당의 임병수 변호사(45)가 당선됐고 2지구에서는 민주공화당 현오봉(40)이 당선됐다.

 

여당의 공천을 받은 두 후보가 모두 압도적인 표 차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나는 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총선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물론 1963년 초부터 정치활동이 재개되면서 정당 창당이 연이어 있었지만 전혀 개입하지 않고 정치적인 중립을 지켰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신임이 제주지역 총선에서도 그대로 반영됐을 뿐이었다.

 

나는 대선과 총선을 치르면서 제주도내에 글을 모르는 문맹자가 이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실제로 총선 당시에는 후보자 12명에 이르는 바람에 유권자 가운데 작대기조차 제대로 세지 못해 아무 후보에게나 표를 찍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문맹자들이 작대기 투표에만 의존하는 바람에 무효표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전도민을 대상으로 문맹퇴치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선 행정기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문맹자는 2만2433명에 이르렀고 그중 1만8000여명이 유권자로 나타나 총유권자의 12%나 됐다.

 

나는 민정이양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모두 마무리 되자 도지사로서 내 일을 정리하고 기쁜 마음으로 내가 원래 몸담고 있던 해군으로 원대복귀하는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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