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語)에 옷을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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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세화고등학교 교장/시인

어느 여자고등학교 정문 앞, 시내버스는 마침 쏟아지듯 하학하는 학생들을 태웠다. 해 저물녘 둥지나무에 모인 참새들 같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얘기 속엔 어떤 어휘(?)가 수없이 반복된다. ‘ㅈ· 나’이었다. 강조어(强調語)로 쓰는 듯한데, 누구든지 남성의 그곳이 어원으로 연상케 되는데도, 전혀 스스럼없이 쓰고들 있었다. 욕설이 되는 말인지 몰라서 저러는 것일까. 악의(惡意)로 내뱉을 때에는 얼마나 추악하고 서슬처럼 들릴 것인가.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나, 요즘 학생들의 어투(語套)가 심각하다. 이런 경향을 걱정해 EBS에서도 일전에 학생들의 욕설에 대해 특집방송을 했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언어문화 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욕설이 심한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 비(非)교과 영역에 기록하고, 입시 과정의 ‘학교장 추천 대상’에서 제외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성교육은 ‘언어교양 교육’에서 시작 될 것이다. 무릇, 교양이란 자신의 언행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스스로 판단 할 수 있는 힘(Mentality)일 것이다. ‘언어교양’의 싹은 말(言語)에 옷을 입히는 데에서 트기 시작한다. ‘예(禮)’는 ‘넉넉히(豊) 입혀 보임(示)’이니, 자신의 언어에 옷을 곱고 푸근하게 입혀야 할 것이다. 옷을 입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을 것이나, 한두 가지 소개해 본다.

 

‘나의 언어나이’를 스스로 평가하라. ‘너 몇 살?, 이때 단순하게 손가락 셋을 펴보이면, 그 아이의 ‘언어나이’는 세 살인 것이다. ‘일곱 살’ 이러면, 그 아이의 ‘언어나이’도 역시 일곱 살 수준이다. ‘아홉 살요’ 이러면 아홉 살이다. 학년이 오를수록 ‘입니다’를 붙여야 나이에 맞는 언어가 되는 것이다. ‘…요’ 와 ‘…입니다’에도 이렇게 상당한 차이가 있다.

 

주거를 시작한 원시인들도 ‘일 보는 곳’을 ‘뒷간’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었다. 한자가 들어오니, ‘변(便)을 보는 곳(所)’으로 됐다가, 그것도 오래 쓰다 보니 냄새가 났는지 화장실(Restroom)로 되었다. 낯선 곳에 나들이 다닐 때, 가령 외국 관광 나갔을 때 맥주라도 한잔 마시면 이뇨(利尿)가 잘되어 일 볼 곳을 찾게 된다. 아무 가게라도 들어가 ‘손 씻는 곳(May I wash my hands here?)’이 어디냐고 물어라. ‘화장실 말씀입니까?(You mean the restroom?)’라고 되물으면서 국빈처럼 안내를 할 것이다. 이렇게 완곡어법(婉曲語法 Euphemism)의 효과는 크다.

 

여학생이 ‘꽃을 피운 날’을 병결로 해야 한다는 것은 몇 해 전에 공식적으로 결정이 됐다. 이 밖에도 완곡어법의 예는 수없이 많다.

 

표현의 길이가 길수록 예도(禮度)가 높다. 화날수록 말이 짧아지고, 짧을수록 홑옷까지 벗는 격이 되는 것이다. 급기야 육두(肉頭)적으로 노출되고 만다. 욕설적 표현은 일반적으로 짧다. 단어 하나로 하는 욕설이 얼마나 많은가. 영어에서도 아랫입술을 윗니로 물고 터뜨리듯 파열하면, 그만 욕설이 되고 만다.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제안 한두 가지. 필자가 근무했었던 중학교에서 어느 학급이 특색사업으로 ‘경어(敬語) 쓰는 날’을 운영했었다. 반말이 튀어나오면 벌금을 물게 하여 학급 기금을 불려가는 것이었다. 축구를 하면서도 급우들 간에 ‘이쪽으로 패스 하세요’를 들었을 때 웃음이 절로 나왔었다.

 

학급에서 ‘교우 선호(選好) 투표’ 방식으로 욕설을 많이 쓰는 학생을 파악해보라. 이 자체가 학생들 각자에게 경고가 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임상적 상담 자료로 활용 할 수도 있다. 적극적 치료 방법으로는 학생의 교복 안 호주머니에 녹음기를 지니게 할 수도 있다. 당연컨대, 어떤 치료이든 학생이 스스로 고치려 할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떠한 방향이든 개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미래는 학생들에게서 열리고, 언어교양 바탕 위에 튼튼히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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