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종량제 시행과 병행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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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前 제주문화원장/수필가

제주도에서는 2012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보도다.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개최지역에 걸맞은 ‘쓰레기 제로화 섬’ 추진의 일환이다.

 

우리나라는 배고픈 시대를 극복하고 부자가 되었다. 부자여서 그런가.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2009년 기준 연간 550만t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가치로 따져 20조원, 처리비용도 8000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다. 서울시의 1년 예산이 20조원이라 하니 그에 맞먹는 예산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제주도는 어떤가. 2009년 기준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7만4460t, 처리비용은 100억원을 넘는다. 생산·수송·유통·조리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낭비 액면은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예산을 취약 계층의 복지, 또는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다면 얼마나 환영받을 일인가.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남기는 게 예절이었다. 어른이나 손님의 밥상은 비우지 않는 게 예절이었다. 그래야 대접을 잘 받은 셈이 된다. 남긴 음식은 버려지는 게 아니다. 부엌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받아 먹는다.

 

조선시대 궁중의 점심은 상물림이었다. 일품 관리들이 점심상을 물려야 이품 관리들이 받아먹고, 이품 관리들이 상을 물려야 삼품 관리들이 받아먹는 식사였다. 그래서 음식을 남기는 습관이 길러진 게 아닌가 싶다.

 

한정식을 먹어 보면 안다. 얼마나 낭비가 심한지를.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진 음식상, 반절이나 남은 음식은 받아먹을 사람이 없으니 버릴 수밖에 없다. 굶주리던 한풀이인가. 밥상은 풍성해지고 남은 음식은 쓰레기가 된다.

 

정부에서는 2005년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 음식물쓰레기종량제를 몇몇 도시에서 시범시행 했다. 최근에는 녹색생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절호의 기회로 판단, 전면 시행한다는 것이다. 강제에 의함이어서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을 성싶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유치원에서부터 초·중등 교육에 이르기까지 음식물에 대한 감사, 음식물 쓰레기의 피해, 자원 낭비의 실상, 경제적 손실 등을 철저히 교육하면 될 것이다.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나서야 할 일이다.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말이다.

 

절에선 옛적부터 발우공양을 했다. 밥 한 톨, 찬 한 조각도 남기지 않는 식사법, 1000년을 이어온 불교 음식문화다.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심고, 가꾸고, 거두는 노고를 모르고 먹는 것을 경계한 백장선사의 할은 음식이 중요성을 일깨운다. 먹을 만큼 음식이 발우에 담기면 공양계를 독송한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사회와 대중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음식의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고 다지는 것이다. 발우를 스스로 씻고 그 물까지 마시는 발우공양, 이 시대의 음식문화 개선의 푯대라 할 만하다.

 

사찰에서도 이 장점을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적 화두가 된 명상과 발우공양을 하나로 묶은 프로그램을 개발, 적극 운영한다면 밥그릇 비우기 음식문화는 정착 될 게 아닌가 싶다.

 

내년 9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전면시행을 위해 제주도에서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 분리수거와 자원화시설, 홍보와 시범사업 등, 시책 발굴에 나설 계획이라 한다. 그 계획 속에 산사 발우공양 체험교육을 포함시키면 어떨 것인가. 그러면 ‘음식물 쓰레기 없는 제주’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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