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 가볍게 걸으니…용기 내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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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해안도로서 여성주간 기념 부부마라톤
큰 딸 권유로 참가…못 뛴다고 샐쭉한 외손자 위해 더 열심히 뛰어


6일 오전 10시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40분 전 출발한 600여 명의 남녀건각(健脚)들이 하나 둘 종착점을 향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 분 후 한 할머니와 외손자가 종착점에 들어와 완주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경순(68.여.제주시 이도2동)씨.박치하(11.삼성교 5)군. 두 사람은 제주YWCA가 제8회 여성주간을 맞아 마련한 제3회 전국 부부마라톤대회의 최연장자(여성 기준) 팀이다.

함성과 박수소리로 종착점은 떠들석하고, 할머니는 큰딸 부부(강문수.김인숙)의 부축을 받으며, 해안도로변 계단 위로 올라갔다. 할머니는 8㎞를 뛰느라 온 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정말 괜찮으시냐”고 묻자 즉답을 피했다. 대신 “걸음이 원체 빨라. 걸을 때 아픈 손이 울려서 좀 아팠주”라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3년째 이 대회에 출전한 큰딸 부부의 권유로 처음 참가했다. 큰딸.작은딸 부부 등 16명의 가족이 함께 참가해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할머니는 일가족 중 큰딸.작은딸 부부에 이어 3번째로 골인했다. 완주 기록은 1시간8분58초.

“제일 늦어지면 창피할까봐, 처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지. 외손주놈도 할머니 못 뛴다고 안 뛰겠다는 거야. 망설이다가 평생 걸어온 경험으로 참가했지.” 이 대목에서 큰딸은 “어머니는 하루 평균 10㎞는 가볍게 걷는다”고 할머니를 치켜세웠다.

그래도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 8㎞를 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막 달렸어. ‘할머니 잘 뛰시네’라는 말이 귀에 쟁쟁했지. 그 말 듣고 포기할 수도 없고, 힘을 다해 뛰었어.혼자라면 못 뛰었지.”

할머니를 보는 외손자의 눈은 여전히 샐쭉하다. 혼자 앞서 뛰다가 돌아보니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도리교 반환점에서 30분, 다시 종착점을 앞두고 10분, 총 40분을 기다렸단다.

“내년에 다시 할머니랑 뛸래?”라고 묻자 “몰라요”라며 자리를 떴지만, 할머니는 ‘허허’ 웃기만 했다.

한편 올해 부부마라톤대회엔 제주도의회 의장 김영훈.고국심 부부, 변호사 정대권씨 부부 등 290팀이 부부.오누이.남매 등 남녀로 짝을 지어 참가했다.

마라톤대회 입상자는 다음과 같다.
▲청년부(여성 39세 이전)
△1위 고문자(35).장형근(35) 부부
△2위 강인숙(31).진영호(35) 부부
△3위 윤성혜(36).한동섭(38) 부부

▲장년부(여성 40세 이후)
△1위 황미자(48) 좌보현(48) 부부
△2위 한경의(43) 이영기(44) 부부
△3위 고숙경(40) 김황용(42)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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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장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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