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여행(33)금문도...굴짬뽕
맛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있다. 예를 들면 어린시절 부모 손을 잡고 처음으로 외식하던 날 먹었던 달콤한 짜장면이라든가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이라는 새 역사를 썼던 그날 맛보았던 치킨과 맥주 같은 것들.
요즘 같이 추위가 극성을 부리는 때면 또한 생각나는 게 바로 짬뽕이 아닌가 싶다.
주머니 가볍던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세상 불만과 이성, 취업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울 때면 함께 했었던 동반자가 바로 쓴 소주와 짬뽕이다. 직장 생활의 잦은 회식으로 쓰린 속을 달래주었던 것도 역시 짬뽕이다.
제주시 노형동에는 시원하면서도 특별한 굴짬뽕으로 유명한 금문도(대표 장현미)가 있다.
이 집의 굴짬뽕은 늦은 가을부터 다음해 초봄까지만 맛 볼 수 있는데 이 시기가 굴이 제철을 맞는 때라 가장 맛이 좋기 때문이다.
한 그릇 주문한 굴짬뽕. 짙은 붉은 빛을 띠는 여느 짬뽕 국물과는 다른 조금은 노란 빛깔의 국물 위로 굴과 얼갈이배추, 송이 버섯, 죽순, 양파 등 각종 야채가 한 가득 푸짐하게 차려진 모습에 벌써 군침이 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국물을 한 수저 맛을 보는데 그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굴이 들어가 비린 맛이 나지 않을까 잠시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 했다. 속 풀자고 먹던 짬뽕이 간혹 얼큰함이 지나쳐 오히려 속을 더 쓰리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집의 굴짬뽕은 기분 좋은 얼큰함과 해장국과 같은 시원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면도 호호 불어가며 한 입 후루룩 먹는다. 손으로 직접 뽑은 탱탱한 면발이 식감을 자극하며 도톰하게 살이 오른 굴과 함께 어우러지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장현미 대표는 특제 비법으로 만든 고추기름으로 굴의 비린 맛을 잡고 국물의 시원함을 높였다고 한다.
장씨는 “7년 전 생굴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굴짬뽕을 만들었다”며 “당시에는 익숙지 않은 음식이라 장사가 될까 했는데 지금은 우리 가게를 대표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미소 지었다.
문의 금문도 742-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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