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생활의 아픔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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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사는 서울과 가장 멀고, 험한 바다가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로 유배의 땅이었던 제주에는 유배인들의 흔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낯설고 한정된 공간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그들이 낯선 환경에서 독서를 하며 학문연구에 몰두하거나 문학창작활동에 열중한 것은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추사체를 완성하는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한다.

인종반정으로 인해 왕위에서 물러난 광해군이 18년간의 유배생활 중 마지막 3년을 보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장소가 제주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녹색제주연구소(이사장 양진건, 장성철)는 8일부터 도내 일원에서 제11회 녹색기행 ‘제주유배문화기행’를 실시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한다.

이번 유배문화기행에는 제주유배문화해설사들이 제주에 유배온 인물들과 시대 상황에 대해 자세한 해설을 통해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기행코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조천 연북정, 제주시 광해군 적소터 표석, 오현단, 남제주군 대정읍 정난주마리아묘, 삼의사비, 추사관 등이다.

▲연북정=제주에 사는 백성들과 유배인들이 북쪽의 한양을 바라보며 임금님을 사모하는 정을 기리는 정자로 북제주군 조천 포구에 위치해 있다. 육지로 떠나가는 사신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이용되거나 지방관이나 유배인들이 시와 술로써 향수를 달래던 장소이기도 했다.

▲광해군 적소터·오현단=제주시 중앙로 현대약국 맞은편 주택은행 현관 근처 광해군 적소터는 인조반정으로 인해 왕위를 빼앗긴 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광해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최고의 자리에서 한없이 추락해버린 자신을 되돌아보며 흘렸을 광해군의 탄식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제주에 선비정신을 심어준 옛 선현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오현단은 충암 김정, 규암 송인수, 청음 김상헌, 동계 정온, 우암 송시열 등 오현(五賢)을 모신 곳이다.

▲ 정난주마리아묘·추사관=남제주군 대정읍의 정난주마리아묘는 제주도에 천주교를 전파한 정난주(마리아)가 관비가 되어 천수를 다한 것을 기린 곳이다.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는 다산 정약용의 맏형 정약현의 딸이기도 하다.

추사관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9년간의 유배생활을 하던 곳으로 그의 인품이나 학문세계, 유배생활 등을 엿볼 수 있고, 필생의 역작 추사체를 완성한 곳이다.

유배문화기행을 통해 제주에 면면히 흐르는 시대정신과 선비정신을 느껴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오현 중의 한명으로 당시 제주의 풍속을 상세하게 기록한 ‘제주풍토록’을 쓴 김정(1486~1521년)은 유배생활을 하다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

중종으로부터 자진하라는 명을 받은 그는 술 한잔을 호쾌하게 마신 뒤 “…긴 밤 어두워라, 언제 아침이 오려나…슬프다, 천만년 후 나를 슬퍼하리라”고 읊은 뒤 목숨을 끊었는데 겨우 서른 다섯의 나이였다.

문의 녹색제주연구소 (74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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