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이 높은 곳을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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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주 프로-낮은 수온 공략법
유채꽃들이 노란 꽃망울 터트리기에 분주하다. 꽃물결이 거센 곳에는 어김없이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은 차를 몰고 출조에 나선 길. 물때가 7물이라 느낌이 좋다. 단, 아직 수온이 12~14도에 머물러 하층부를 공략하는 어려운 낚시를 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초보자들은 낚시에서 수온이 무슨 대수인가 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시기에는 수온이 낮아 고기들이 활동력이 떨어져 먹이 취이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날씨가 따뜻해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을 때 군것질도 맛이 있지 추운 날씨에 옴짝달싹하기 싫은 와중에 별별 음식이 보여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고기들에게 적정 수온은 15~18도이고 시기적으로는 대략 이달 말이 넘어서부터다. 그래서 이시기 출조 때에는 물고기들이 밑밥에 동요되지 않고 은신처나 바닥층에서 입 앞에 떨어지는 미끼에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자칫 허무하기 쉬운 조과를 피할 수 있다.

요점은 물고기들이 위치하는, 수중에서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곳을 찾고 그 곳을 공략하는 일인데, 요령을 보면 대략 이렇다. 먼저 ▲미끼를 던진 후 몇 분이 흘러도 그대로일 땐 미련없이 옮기고 ▲이곳저곳을 많이 탐색하되 그 중 입질한 흔적이 있는 곳을 집중 공략하고 ▲포말이 이는 곳보다 끝부분을 공략하고 ▲음지보다 양지를 포인트로 선택해야 한다. 또 미끼를 꺼냈을 때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곳은 피해야 한다.

자, 오늘의 출조길로 돌아가자. 포인트는 송악산 해안도로에 위치한 사계리 포인트. 10시가 넘어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낚싯대들이 드리워져 있다. 정숙을 강조하는 필자의 낚시 지론에 따라 다른 낚시인들과 제법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에 임했다.

그런데 “저기요. 죄송한데요. 방송에서 많이 봤는데,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따라 누군가 다가왔다. “선생님을 쳐다보다가 찌가 갯바위에 걸려 채비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필자도 낚시를 접고 그 분이 준비한 커피를 나누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기념 촬영까지 끝내고 필자는 감사의 표시로 채비를 새로 해 주자 그가 무척 기뻐했다.

자신에 대한 소개는 계속됐다. “충북 진천에서 왔습니다. 한가한 때를 맞춰 부인과 함께 관광 왔다가 낚시를 해 보는 겁니다. 아내에게 큰 소리 뻥뻥 쳤는데 아직 한 마리도 못잡았습니다. 아내는 가자고 잔소리 하고, 체면이 영 말이 아닙니다. 하하하!”

필자는 공략 지점도 양보해주고 밑밥도 열심히 뿌려줬다. 체면 세우게 제발 한 마리라도 잡히라고 기도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그의 찌가 미동했다.

“온 건가요”, “지금 챌까요.” 기대에 부풀어 어수선했다. 답해줬다.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잠시 후, “지금입니다. 챔질하세요.” 그가 받았다. “욱! 왔어요, 왔어. 하하!” “여보 고기가 온겨?”라는 부인의 사투리가 정겨웠다. “내 실력 봤지”하는 그는 사기충천했다.

잡혀 올라온 것은 30㎝ 조금 넘는 벵에돔이었다. 좋아 난리다. 온 낚시터가 술렁였다. 카메라를 꺼내더니 사진 촬영에 난리법석이다. 필자도 함께 찍었다. 그런데 아뿔싸! “퍼드득”하면서 물고기는 도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를 어쩌나.’ 훗날 그 벵에돔이 더 자라서 또 어떤 관광객을 즐겁게 해줄까 생각했다. 재밌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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