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부처가 태어나 외운 게송(부처의 공덕·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인 탄생게다.
아(我)와 독(獨)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는 게 불가의 설명. ‘아’는 단지 부처만이 아닌 모든 존재를 의미한다. ‘독’의 경우 독립된 주체를 일컫는다. 고로, 상대적 독존이 아닌 절대적 독존이다.
결국 부처의 탄생게는 모든 존재의 존엄에 대한 엄숙한 선포와 같다.
부처 탄생게의 다음 구절은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다. ‘삼계(세 가지 세계)가 고통에 헤매니 이를 편안케 하리라’란 뜻으로, 깨달은 자의 실천덕목을 설파한 대목이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므로 자비심으로 상대를 대하라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발심(發心)이다.
오늘(17일)은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
도내 270여 곳 사찰에서 봉축법요식이 일제히 봉행된다. 삼귀의(三歸衣)와 관불, 헌화, 봉축사, 법어, 독경, 축원, 헌향 등이 진행된다. 관불은 욕불로도 불리며, 불자들이 물을 떠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의식으로 온종일 마련된다.
앞서 지난 11일과 12일에는 제주종합경기장과 서귀포고등학교에서 모든 사찰이 참여한 봉축법요식과 연등축제가 열려 부처의 자비·광명으로 제주사회가 상생하고 도민이 화합하길 기원했다.
생(生)의 진정한 가치를 설파했던 부처의 가르침이 세상을 물들이는 오늘, 인간은 태어나고 자라 늙고 병들어 종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란 사실이 새삼 떠오르지 않는가.
스스로 존엄을 잊고 절대적 행복의 조건만을 쫓아 불행을 자초해 온 것은 아닌지, 문득 숙연해진다.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내면과의 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는지. 불교, 아니 종교를 떠나 참된 나에 대해 한번 성찰해 볼 일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