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해상교통시설 변천 과정 생생...산지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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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일제시대인 1916년 건립...지금도 옛 등탑 이용 가능
산지천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하류인 제주시 건입포(建入浦)는 예로부터 교역이 활발했던 제주의 대표적인 포구였다.

건입포는 방파제가 축조되면서 1927년 산지항으로 개항했고, 1968년 항만법 제정으로 제주항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의 해상 관문인 제주항의 길잡이로서 바다의 이정표인 ‘산지등대’는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해상교통 시설의 변천을 보여주는 해양시설물로 꼽히고 있다.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 중턱에 자리 잡은 이 등대는 일제시대인 1916년 10월 30일 무인등대로 건립됐고, 이듬해인 1917년 3월 유인등대로 변경됐다.

우도(1906년), 마라도(1915년) 등대에 이어 도내에서 세 번째로 빛을 밝혔다.

일제는 군사 작전과 전초기지 등 전략적 목적으로 등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백색 원형의 벽돌건물로 지어진 산지등대의 옛 등탑은 높이 8.1m로 할로겐 전구로 빛을 밝히면서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나침반이 돼 줬다.

거의 100년 전 지어진 옛 등탑은 관리 및 정비 상태가 양호해 지금도 사용이 가능하다.

83년 동안 선박의 안전을 책임졌던 옛 등탑은 1999년 백색 콘크리트 건물인 신 등탑이 옆에 들어서면서 그 역할을 양보했다. 옛 등탑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허물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높이 18m인 신 등탑은 2002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대형 등명기를 달았다.

메탈 전구의 4면은 프리즘렌즈로 감싸고 있어 빛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빛은 15초마다 1번씩 반짝이며, 빛이 도달하는 최대 거리는 42㎞에 이른다.

가을철 시야가 선명할 날에는 산지등대에서 보낸 빛이 160㎞나 떨어진 여수 앞바다의 거문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각 등대마다 내보내는 빛과 소리의 간격은 서로 다르다. 모든 등대마다 빛에도 고유의 신호가 있어서 몇 초의 간격으로 빛이 깜빡거리는지 정해져 있다.

이 정보는 모든 배들과 공유돼 등대불이 깜빡이는 간격을 보고 그 빛이 어느 등대에서 오는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산지등대는 안개가 짙은 날에는 사이렌으로 신호음을 내보낸다. 50초에 한번씩 5초 동안 길게 소리를 울려준다. 소리가 도달하는 최대 거리는 5.5㎞에 이른다.

이 소리는 ‘안개 피리’라는 뜻의 ‘무적(霧笛) 소리’라고 불린다. 과거에는 디젤발전기를 돌려 압축기에서 만들어낸 공기를 강한 압력으로 나팔에서 뿜어냈다.

밤안개를 뚫는 무적 소리는 뱃고동처럼 ‘뿌~웅’하며 낮은 저음으로 멀리까지 신호음을 보냈다.

지금은 전기로 만든 저주파로 금속판을 진동시켜 나팔을 울리고 있다.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인공위성 또는 레이더를 이용한 위성항법장치(GPS)와 전파항법시스템 등 항해 장치들이 등장했지만 등대의 불빛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바다의 길잡이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산지·추자·우도·마라도 등 도내 4곳의 유인등대는 제주도 연안과 암초 곳곳에 설치돼 있는 106곳의 무인등대를 관장하면서 선박의 안전 항해를 이끌고 있다.

암초가 있거나 수심이 얕아서 항행 금지를 표시하는 등표(18개)를 비롯해 바다에 띄운 등부표(37개) 역시 유인등대에 근무하고 있는 항로표지관리원(등대원)들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산지등대는 각종 항로표지를 통제·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어도해양과학기지에 설치된 무인등대를 비롯해 120개가 넘는 밤바다의 빛(항로표지)은 이곳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

사라봉의 하얀 등탑은 유럽풍의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며 방문객들의 사진 촬영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등대 옥상은 전망대로 개방했고, 정원도 조성하면서 매년 2만2000명이 방문하고 있다. 또 무료 체험숙소인 ‘산지원’은 한 달 전에 예약이 마감되는 등 연간 1000여 명이 하룻밤을 묵고 있다.

붉은 해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장관은 예로부터 사봉낙조(紗峯落照)라 불리면서 영주 10경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름밤의 사라봉 앞 바다는 등대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고기잡이배들이 밝힌 집어등이 어우러져 밤하늘의 별자리가 펼쳐지고 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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