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명 선생 2년 머물며 제주도에 대해 방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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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24회)
서귀포시 토평동에 있는 옛 경성제국대학교(현 서울대)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은 1940년대 초반 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나비 박사’ 석주명 선생(1908~1950)이 1943년 4월부터 1945년 5월까지 2년 1개월 동안 연구소장으로 부임하면서다.

1908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유학을 계기로 나비와 인연을 맺었다. 가고시마농림학교에 재학 중 일본곤충학회장을 지낸 오카자마 교수의 지도로 곤충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1931년 모교인 인천 송도고등보통학교 교사로 돌아왔지만 본격적인 나비 연구를 위해 사직하고 경성제대 촉탁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에서 연구하던 그는 제주도시험장에 파견을 자원했다. 이 기회에 제주도의 나비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모두가 꺼렸던 벽지 근무를 자원했던 것이다.

그는 제주도에서 나비를 채집해 제주산 나비류 58종을 학계에 보고했다.

아울러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을 누비며 20년간 75만여 마리의 나비를 채집했다. 그는 ‘논문 한 줄을 쓰려고 나비 3만 마리를 만졌다’고 했다.

외국인 학자들이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명명한 921개 나비의 동종이명(同種異名) 가운데 844개를 없앴다.
그의 집념은 한국 나비를 248종으로 분류한 ‘조선산 나비 총목록’을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한국인 저서 최초로 영국왕립학회 도서관에 소장됐으며, 석주명은 세계적인 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오늘날 한국의 나비가 모두 250여 종임을 감안할 때 당시로서는 놀라운 연구 업적이었다.

그는 2년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나비뿐만 아니라 자연·동식물을 비롯해 지리·민속·향토사·방언 등 방대한 연구결과를 쏟아내 제주학의 선구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제주도방언집’은 어휘와 음운, 문법을 담고 있어 언어학사에 귀중한 자료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나비 종류의 분포상태를 지도에 표시하는 방법으로 방언연구에 응용했다.

즉, 각 지역의 대표적 단어(방언)를 지도 위에 표시하는 언어지도를 만들었다.

그는 제주도방언은 다른지방의 방언과 전혀 다르고, 가장 가까운 전라도방언과 공통되는 어휘는 불과 5%인 것을 알아냈다.

이는 제주도방언집의 7012개 어휘 목록을 선별해 전라도방언과 공통되는 것을 뽑아 백분율로 산출한 것이다.

1944년 2월부터 1945년 4월까지 1년 2개월간에 걸쳐 9개 면, 16개 마을의 인구를 전수 조사한 ‘제주도의 생명조사’는 4·3 이전과 이후의 인구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 학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16개 마을에 대한 인구조사로 4689가구, 총 2만4936명(외지인 1965명 포함)이 거주했다고 기록했다.

서귀포문화원은 석주명이 발굴 조사한 제주 관련 저서·유고집 6권을 발간했다.

목록을 보면 제주도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1949), 제주도 관계문헌집(1949), 제주도수필(1968), 제주도 곤충상(1970), 제주도자료집(1971) 등이다.

제주도에 머물면서 자연과 동식물은 물론 인문학을 아우르며 다방면에서 많은 연구를 한 그의 업적을 기념, 서귀포시는 2009년 토평사거리에 석주명 동상과 기념비를 건립했다.

한편 ‘약초원’이라 널리 불렸던 경성제대 생약연구소는 서울대학교가 소유했다가 광복 후 제주대학교로 이관됐다.

현재 제주대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소장 전용철)가 들어서면서 우수한 감귤 육종을 발굴하고, 아열대 작물에 대한 연구와 동·식물 자원의 유전자 보존 등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석주명 선생이 머물렀던 이 건물은 지금도 외형을 잘 보존하면서 실험실과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사무실 면적은 212㎡(약 64평)으로 전형적인 일본식 건축양식을 띄고 있다.

아울러 아열대농업연구소는 총 면적 6만586㎡에 유리온실과 하우스, 시험포장 등이 갖춰져 석주명 선생의 유업을 이어받아 농업 및 생물산업 관련 학문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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