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건물 복원...근대문화도시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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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근대문화도시 군산을 가다(上)...제주 근대문화유산도 정비해 자원으로 활용해야
제주의 역사적 건축물인 근대문화유산들이 개발이라는 이유로 하나 둘씩 철거돼 사라지거나 방치되는 것과 달리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복원,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군산이다.

‘근대문화유산 보고’로 새롭게 주목받는 군산은 ‘역사’라는 도화지에 ‘문화’라는 그림과 색칠을 입혀 역사적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근대문화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옛 도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관광객들이 찾게 만드는 역사문화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군산을 찾아 제주의 근대문화유산에 어떤 방향점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일제 식민지 당시 쌀과 농지 등의 수탈 창구였던 군산시 ‘장미(藏米)동’. ‘쌀을 저장하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1899년 개항 후 일본이 쌀을 반출하는 식민지 경제수탈 창구로 이용했던 흔적이 도심 곳곳에 남아 있었다.

거리에는 쌀 창고와 정미소, 세탁소 등 100년 넘은 낡은 건물이 이어져 있는가 하면 새로 정비되거나 복원된 근대건축물이 곳곳에 밀집해 있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쉬는 듯한 역사도시로서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근대역사 건축물이 한 자리에=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무대였던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국가 등록문화재 374호). 1922년 건립돼 군산항을 통해 반출되는 쌀 자금과 농지 대출 자금 등을 수탈하는 대표적인 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했던 빼앗긴 역사 현장은 현재 근대건축관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해방 이후 한국은행 등의 금융기관 점포을 거쳐 유흥주점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군산시의 근대산업유산 벨트화사업 추진에 힘입어 개항에서 현재까지 군산의 역사적 사건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현대적인 역사 체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쌀 반출과 토지 강매를 위해 1914년 건립된 나가사키18은행 군산지점은 2009년 문화재청에서 일본 제18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후 보수 및 복원사업을 거쳐 지금은 근대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산 출신 예술가들이 기증한 미술 작품 등이 전시되고 지역 작가 전시회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1930년대 일본 농장주들이 수탈한 쌀을 보관했던 조선미곡창고는 다목적 소극장인 ‘장미공연장’으로 변신,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상설 무대를 펼치는 문화 공연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 건축물로 해방 이후 위락시설로 사용됐던 적산가옥은 지난해 개·보수 작업을 거쳐 현재 창작예술 전시공간인 ‘장미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식 건축물도 보존=1930~1940년대 일본인들이 지은 가옥과 사찰 등의 근대문화유산도 원형대로 잘 보존되면서 군산을 찾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히로스가 건축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지붕과 외벽 마감, 내부정원 등에 있어 건축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이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 등이 이 곳에서 촬영했으며 군산시에서 매입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는 대웅전과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가 복도로 연결되고 지붕 물매가 급경사를 이루는 등 일본 건축양식을 따른 근대 건축물이다. 우리나라 개화기와 근현대사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써 식민지배의 아픔을 간직한 교육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1930년대 건축 당시 원형을 살린 근대 집인 ‘고우당(古友堂)’은 일본식 가옥으로 된 숙박 체험관과 찻집, 대포 주점, 방문자 휴식을 위한 중정형 공원 등으로 조성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근대역사 체험공간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근대역사 건축물도 유산자원=군산은 ‘근대 역사가 살아 숨쉬는 그 곳, 군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근대문화도시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군산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지역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근대산업유산 벨트화사업’으로 응모, 전국 1위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근대산업유산 벨트화사업은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배의 가슴 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미래 세대의 거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역사교육에 초점을 맞춰 낡은 근대 건축물을 유산자원으로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새롭게 탈바꿈한 군산의 근대역사 건축물들은 버려지고 외면받는 제주의 근대문화유산에게 ‘아무리 낡은 역사도 미래의 소중한 유산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5년 간에 걸쳐 추진된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이 대부분 완공 단계에 이르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데다 옛 도심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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