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람들의 神에 대한 미의식 반영한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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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왓당무신도
   
오래 전 제주시 용담동 한천 냇가에 ‘내왓당’이라는 신당이 있었다. 굴 안에 있다고 해 ‘궤당’으로도 불렸다.

이 내왓당은 모두 열두 신을 모셨다. 내왓당 본풀이에 나오는 열두 신위의 신상을 그려 당 안에 걸었던 그림이 바로 ‘내왓당무신도’다.

내왓당무신도의 정확한 제작 연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왓당무신도의 최초 기록이 ‘세조실록’에 나오는데 이 기록으로 미뤄 1466년(세조 12년) 이전에 그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내왓당무신도는 1882년(고종 19년) 내왓당이 훼철된 이후 당시 당의 심방(무당)이었던 고임생씨가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보관했다. 이후 고임생씨가 사망하자 그의 부인이 관리하던 중 살던 집을 팔고 산지천 인근에 있는 남수각 근처의 굴로 이사를 했는데, 이때 내왓당무신도도 함께 옮겨졌다.

1959년 현용준 제주대학교 교수(초대 제주대 민속박물관장)에 의해 내왓당무신도의 존재가 확인됐다. 1963년 고임생씨의 부인이 사망하면서 현용준 교수가 굴속에서 무신도를 찾아 당시 용담동에 있던 제주대로 옮겼다.

내왓당무신도 원본은 현재 제주대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상설 전시실에는 영인본을 전시하고 있다.

내왓당무신도는 본래 12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석위, 원망위, 수령위, 천자위, 감찰위, 상사위, 중전위, 본궁위, 상군위, 홍아위 등 10점이 남아있다.

무신도 속 신들의 의상은 진녹색과 적색을 주로 사용해 색감이 화려하며, 신의 위엄과 신성성을 더욱 돋보이게 드러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무신도의 신들은 금방이라도 풍운조화(風雲造化)를 일으킬 것 같은 손놀림을 보이거나 부채를 잡고 있는 모습 등 주술적 자세를 취한 채 권능과 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왓당무신도는 제주 사람들의 신에 대한 관념과 미의식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미술품이자 중요한 민속자료로 인정을 받아 2001년 중요 민속자료 제240호로 지정됐다.

강은실 제주대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무신도 속 신들의 복식이 대부분 왕족이나 양반 관료의 복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현실에서 억압을 받는 민중들의 집단 무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학예사는 이어 “제주의 심방들이 부채를 무구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무신도에서는 8명의 신이 부채를 들고 있다”며 “이는 부채가 귀한 제주에서 이를 그려 넣음으로써 신의 위엄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학예사는 마지막으로 “내왓당무신도는 다른 지역의 무신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선의 묘사와 손놀림 표현의 독창성, 무늬를 넣는 기법 등 격이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며 “특히 제주의 풍토를 그대로 반영한 대표적 민화이며 한국 채색화의 전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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