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주인으로서 당당한 삶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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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자생단체서 공익 위해 노력하는 당현주·한옥선씨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빠듯한 삶을 살면서도 공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자생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을 현안에 주도적으로 참여, 지역사회의 주인으로서 당당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들을 만났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배움터’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서귀포시 영천동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당현주씨(31·여). 베트남 출신인 그녀는 2006년 남편을 만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23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시집 온 현주씨는 제2의 고향인 영천동에 성공적으로 정착, 현재는 주민의 대표로서 지역사회의 대소사를 직접 결정하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일원이 됐다.

 

 

그녀는 영천동에서 개최되는 각종 마을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특히 김치·고추장 담그기, 설·추석 명절 차례상 차리기 등 다문화가정을 위한 행사에서는 한국말이 서툰 ‘초짜’ 결혼이주여성들과 마을 주민들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주씨는 “처음에는 누구나 어색하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겪어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많이 돌아다녀야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주민자치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면서 영천동과 서귀포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며 “위원장님을 비롯한 동료 위원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주씨는 또 서귀포소방서 다문화의용소방대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소방출동로 확보 및 화재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전통시장에서 소방안전시설을 점검하는 등 서귀포시민들의 소방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주씨는 이와 함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자조모임 회장으로서 낯선 제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향 여성들을 돕는데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그녀는 “처음 국제결혼을 통해 이국땅에 정착하면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와 음식도 달라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라며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모여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주씨의 제주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녀의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심장병을 앓아 2차례나 대수술을 받고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주씨는 “갓난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시부모님과 남편이라는 버팀목이 있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남편과 함께 약 6000㎡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천혜향을 재배하고 있는 현주씨는 베트남 음식을 파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현주씨는 “고향의 문화를 제주에 전파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현재 토평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평소 요리를 좋아해 고향의 음식을 도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음식점을 생각하게 됐다”고 그녀의 꿈을 피력했다.

 

 

 

▲도내 최초 이주여성 부녀회장

 

 

 

   

‘도내 최초 결혼이주여성 부녀회장’

 

 

제주시 애월읍바르게살기위원회 부위원장 한옥선씨(55·여).

 

 

중국 출신인 옥선씨는 2007년부터 애월읍바르게살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교통정리부터 환경정화, 국경일 태극기 달기까지 마을을 위한 일이면 주저하지 않고 앞장서는 대장부다.

 

 

특히 애월읍바르게살기위원회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들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합동결혼식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옥선씨도 결혼 초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어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녀는 “1996년 남편을 따라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만해도 ‘코리안 드림’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며 “점포도 없이 1t 트럭에 그릇을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그릇을 팔고, 휴일에는 문을 닫은 은행 앞에서도 영업을 했다”고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옥선씨는 이어 “지금은 제주시·중문·한림오일시장에서 번듯한 매장을 운영하는 사모님이 됐다”며 “성공의 비결은 성실함과 노력이다.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널려있는 데 쉬운 일만 찾다보니 일거리가 없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2007년 애월읍 상귀리부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도내 최초 결혼이주여성 부녀회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옥선씨는 이듬해까지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매달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함께 한국에 오고 싶어 하셨는데 시집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돌아가셨다”며 “마을 어르신들을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잘해드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옥선씨는 또 서부소방서 하귀여성의용소방대 창단 멤버로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의용소방대에서도 최고참으로 후배 대원들을 챙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와 함께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애월읍주민자치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옥선씨는 중국결혼이주여성 자조모임 회장을 맡으면서 타향살이로 힘들어하는 다문화가정들을 돕고 있다. 특히 옥선씨가 운영하는 그릇가게에는 ‘다문화가정 특별할인’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그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옥선씨는 결혼이주여성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남편을 비롯한 시댁 가족들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녀는 “일부 결혼이주여성이 가족들 몰래 고향으로 돌아가 버리는 사례가 있어 아내를 믿지 못하는 남편들이 많다”며 “아내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믿음을 줘야 제주에 정을 붙일 수 있다. 내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남편의 배려와 가족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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