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개 금융점포에 빨간 딱지…'소비자보호 불량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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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민원발생평가 결과 부착…최하등급 17개사 '부글부글'
   

민원발생이 잦은 은행과 보험사, 신용카드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17개사의 전국 3천여개 지점에 붉은색 '불량' 딱지가 붙었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보호 취약회사에 대한 집중관리를 위해 올해부터 최하등급(5등급)을 받은 금융사의 홈페이지와 영업점 출입구에 의무적으로 등급표시를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해당 금융사들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조치"라며 내심 반발하면서도 금감원을 의식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15일 각 금융사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 85개 금융회사에 대한 민원발생평가 결과가 이번 주 금융사 홈페이지와 영업점에 게시됐다.

   

등급은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미흡), 5등급(불량) 등 5단계로 이뤄졌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들에 공문을 보내 민원평가 등급 공지 방식을 알렸다.

   

영업점 입구에는 A4 용지 크기에 빨간색으로 '2013년도 금감원 민원발생평가 결과 5등급(불량)'을 폰트 55로 인쇄해 3개월간 붙이라는 것이다. 홈페이지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게시토록 했다.

   

문제는 5등급을 받은 기관이다. 국민은행, 농협은행, 한국SC은행, 롯데카드, 신한카드, 알리안츠생명, 에이스생명, 우리아비비생명, ING생명, PCA생명, 롯데손해보험[000400], ACE화재, AIG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동부증권[016610], 동양증권[003470], 친애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점포가 많은 국민은행(1천130곳), 농협은행(1천187곳), SC은행(326곳), 롯데손보(100여곳), 동양증권(88곳) 등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들은 금융사의 생명이 고객 신뢰인데 '불량' 딱지가 붙어 마치 신용불량 기관처럼 보일 수 있다며 지나친 조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민원발생평가를 예고했을 때 이번에 적용된 '네임 앤드 셰임'(Name & Shame)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식을 언급하지 않았다가 갑작스럽게 시행한 것 자체가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거나 할 때는 적어도 입법예고와 같이 사전에 금융사에 준비나 대응할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전에 예고도 없이 극약처방을 하는 것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들을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자산 대비 민원 건수를 따져 등급을 매기다 보니 규모가 작으면 등급 변화가 급격하다거나, '향토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실한 지방은행과 그렇지 않은 시중은행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사는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등급결과를 배치하지 않거나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게 표시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의 반응은 단호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내점 고객이 많은 은행과 증권사가 불만이 많겠지만,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번에 확실하게 '네임 앤드 셰임' 원칙을 적용했다. 5등급을 받으면 창피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들의 반발 목소리가 확산하자 금융감독원은 되레 칼을 뽑았다.

   

민원 발생 평가에서 5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ING생명, PCA생명, 알리안츠생명과 손보사인 AIG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에 대해 현장 점검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금융사들은 대놓고 금감원에 반발하지 못한 채 민원을 줄이기 위한 추가 개선 노력에 들어갔다. 대부분 민원감축 워크숍을 실시하고 전담 민원관리자를 지정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민원 내용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식의 방안이다.

   

이번 평가에서 최하위 판정을 받은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어찌 됐든 민원관리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노력하고 반성해 개선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제재를 하더라도 극약처방 방식보다는 원칙을 정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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