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필고 반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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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강사

부모에 대한 자식의 도리 중 이런 말이 있다. ‘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

 

‘무릇 자식은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에게 가는 곳을 말하고, 밖에서 돌아왔을 때는 반드시 부모에게 얼굴을 보이고 돌아왔음을 알려야 한다’는 뜻이다.

 

“엄마, 저 이제부터 서울 가서 살게 되면 만날 엄마랑 문자하고 전화 드릴게요.”

 

딸아이가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집을 떠나 살게 되었을 때 했던 첫마디다.

 

“그래 주면 엄마야 고맙지. 엄마는 그렇게 되길 꿈꿔 왔거든.”

 

그런데 막상 대학 새내기가 된 몇 주일 동안 문자나 전화는 이삼일에 한 번 정도였다. 처음으로 부모 품을 떠난 아이라 여러 가지 걱정이 되는 부모로서는 연락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죽었니? 살았니?’ 하고 문자를 보냈다.

 

‘엄마, 그럴 수도 있지. 다른 친구들은 그 동안 한 번도 전화 안하는 친구도 있던데 겨우 이틀 연락 안 드렸다고….’ 중언부언 말이 많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면 부모에게 안부를 알리는 것이 뒤로 가는 것쯤은 부모로서 충분히 이해도 양보도 가능한 일이다.

 

그날 메일에 장문의 글을 써서 딸에게 보냈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엄마는 우리 아이가 그런 일, 예를 들면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가로놓인 중요한 일로 엄마에게 문자를 못했다면 아주 자랑스럽겠구나. 그런데 부모에게 안부도 못 알릴만큼의 중요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구나. 그건 엄마가 알 필요는 없지만 네 마음속의 대답을 스스로 찾아보았으면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건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있었던 이제는 사라져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너희 세대는 노트북에다 인터넷, 휴대폰 등 일속이 갖추어진 상태다. 거기다 보지 않고도 문자를 보낼 수 있을 만큼 기기에 익숙해 있어서 친구끼리 하루 수십 통의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엄마한테 30초도 안 되는 시간을 쓸 수 없다면 과연 그 삶이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성공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가장 기본적인 이런 것도 제대로 안되면서 과연 성공은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엄마는 문자 안 한 것보다는 이런 것들이 더 걱정되어 글을 쓰게 되었구나.’
그날 딸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잘못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잘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출필고 반필면’까지는 아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다.

 

자녀들에게서 연락이 없어 서운해 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가끔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게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과연 바빠서 그런 건지 무관심해지고 있는 건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부모이기에 이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해서 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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