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왕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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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의 자녀교육

얼마 전,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동료 장병을 숨지게 한 일이 벌어졌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A급 관심병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성장과정에서 따돌림 당해왔던 문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집단 내 따돌림 현상도 이 사건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있다. 그 사건을 보면서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어른들도 이런 왕따의 모습들을 갖고 있음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알고도 하고, 모르고도 하고
우선 아는 언니의 이야기이다. 그 언니는 사우나에 자주 다니는 편인데 늘 만나던 멤버 외에 낯설은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을 예의주시하다가 뭔가 자신들의 코드와 맞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왕따를 시킨다는 것이다. “너무 교양있는 척 하면 우린 바로 왕따시킨다.” 하는 한 마디에 좌중이 무너지듯 웃었다.


다음은 직장 내에서 왕따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보기엔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인데 내성적이고 사교적이지는 못한 편이었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 어떤 일을 도모하는 데에도 이 사람은 끼워주지 않고 다른 동료들끼리만 쑥덕쑥덕 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심한 괴리감을 느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나도 양심의 가책을 받은 일이 떠올랐다. 동료 강사선생님들과의 동아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선생님이 잘 어울리지 못한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얼마전, 행사를 진행하다가 약간의 오해로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그러자 후배선생님이 이 문제를 딱 꼬집으며 “어쩐지 그 선생님만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외된다는 생각을 하면 그 선생님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안좋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하셨다. 그렇게 지적을 받고 나서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지나가는 말로나 아니면 농담으로 덩달아 한 마디 했었던 점이 캥겼다. 그러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내가 경험한 이 일로 보면 흔히 왕따를 하는 사람들은 장난으로, 혹은 가볍게 지나치는 말로 한 마디 툭 던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한마디 한마디가 다 아픈 칼날이 되어 예리하게 마음을 베이게 된 것 같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부모가 되어 자녀들에게 왕따를 하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부모 먼저 이런 자각을 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그런 현상에 부채질을 하게 되었을 경우, 그렇지 않고 있던 사람보다 좋은 교육을 할 기회를 잃게 된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저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왕따문화를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조금씩 각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응하지 못하고 곤란해 하는 사람에게 먼저 손내밀어 ‘우리’가 되게 해주는 것부터다. 혹시 누군가가 이런 분위기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면 먼저 손 내밀어 그 마음을 잡아주자. 왕따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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