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주말 제주는 '벌초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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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8년만의 이른 추석으로 시기 앞당겨져

직장인 강영조씨는 비 날씨가 이어지면서 벌써부터 이번 주말 날씨에 신경이 쓰인다. 일주일 전 친척으로부터 벌초 일정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38년만의 이른 추석이어서 벌초시기가 대폭 앞당겨졌고, 그만큼 추석을 맞는 이들의 마음도 분주해졌다.


대개 벌초는 음력 8월 초하루(8월 25일) 이전에 끝내기 때문에 이번 주말이 ‘벌초 절정기’이지만, 올해는 이른 추석으로 인해 8월 마지막 주말까지 양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 벌초문화=아직도 서울 등 다른 지방에서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고향을 방문할 정도로 제주의 벌초 문화는 유별나다.


시대가 바뀌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완화됐지만 명절 때 차례와 제사에는 참석하지 못해도 벌초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게 풍습으로 남아 있다.


‘식께(제사) 안 한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는 제주 속담처럼 추석 때까지 벌초를 안 한 묘소가 있으면 자손들이 손가락질을 받았다. 벌초하지 않고 방치된 묘를 ‘골총’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손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섬 전체가 벌초 행렬로 뒤덮이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이 시기에는 “벌초 했수과(했습니까)?”라는 말이 안부 인사로 통할 정도이다.


벌초는 크게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된다. 8촌까지 모여 고조부 묘까지 벌초하는 ‘가지벌초(가족벌초)’와 각 지파의 가족 대표들이 모여 제주도에 정착한 조상인 ‘입도조’부터 5대조까지의 묘소를 돌보는 ‘모둠벌초’가 있다.


▲조금씩 달라지는 풍속도=벌초문화가 유별난 제주에서도 최근 들어 매장보다 화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납골당이나 자연장지를 이용하거나 봉분을 쌓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예 가족묘를 정리함으로써 자녀들에게 벌초에 대한 부담을 넘기지 않으려는 부모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벌초의 중요성에도 갖가지 사정으로 ‘골총’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틈새 서비스도 갈수록 인기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지 못하는 출향인사 등의 조상 묘를 관리해 주는 제주농협의 산소관리서비스사업이 대표적이다. 2008년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시작한 이후 지난해는 1300여 건의 벌초를 대행했는데, 일본에서도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10년 전만 해도 제주의 모든 학교는 100% ‘벌초 방학’을 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자녀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서서히 줄더니 이제는 사실상 추억 속으로 사라져 ‘그리운 방학’으로만 남게 됐다.


▲가족 소중함 깨닫는 기회=장묘문화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도 벌초는 대세다.


젊었을 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제물 준비에 보탤 비용을 분담했던 이들이 세태의 흐름을 거슬러 벌초행렬에 참여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랄까. 이들은 벌초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고향에서 조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다.


제주에서 추석은 ‘벌초’를 지나야 비로소 눈앞으로 다가선다.


<벌초철 안전사고 주의하세요>


해마다 벌초철에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해 즐겁게 추석을 맞으려면 벌초객 각자의 안전의식과 주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예초기 안전수칙 지켜야=예초기에 부상을 입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작업에 앞서 기계 점검을 철저히 하고, 보호안경 등 안전장구 착용은 필수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작업 반경 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벌이나 뱀에 대한 대비는=작업 시작 전에 긴 막대 등으로 풀을 헤쳐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벌을 자극할 수 있는 향수·화장품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가능한 긴 소매 옷을 입는 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벌에 쏘였을 때는 침이 박힌 피부 주위를 딱딱한 카드 등으로 눌러 벌침을 제거하고 찬 찜질을 해야 하며 통증이나 붓기가 계속되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뱀에 물린 경우 물린 위쪽을 끈으로 묶어주고 움직임을 적게 한 후 병원행을 서둘러야 한다.


△야생 버섯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도내에 자생하는 독버섯은 흰독큰갓버섯, 독우산광대버섯 등 50여 종으로, 식용버섯과 식별이 어려워 같은 장소에서 자라는 독버섯을 채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야생 버섯은 채취 자체를 금하는 게 최선이다. 만약에 야생 버섯을 섭취한 후 위장 장애 증상이 나타나면 약간 더운 물이나 1% 식염수 등을 다량 섭취해 토하게 한 후 신속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야생 진드기 주의보=제주도 보건당국은 벌써부터 야생 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는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질환 주의보를 발령했다.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고 작업 시 기피제를 뿌리거나 긴팔(팔토시)·긴옷을 착용하고, 벌초가 끝난 후에는 즉시 샤워하는 등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도보건당국은 벌초 후 발열, 근육통, 설사, 구토 등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 받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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