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잊지 못하는 엄마 손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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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명혜 부모교육 강사

“와! 집 밥이다. 맛있겠다.”
집을 떠나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지난주에 왔다. 아이들이 온다고 하면 늘 해주는 음식 한 가지와 나물, 그리고 밑반찬 등등으로 밥상을 차렸는데 밥상에 앉으며 한 아들의 한 마디다. 봄에 꺾어다둔 고사리나물을 먹으면서 “이모는 들깨가루도 넣고 맛있게 볶았는데 엄마는 그 맛이 안 나네!” 했더니
“그래도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이 맛이 최고야!” 딸아이도 한 마디 한다. 그럴 것이다. 워낙 태어나면서 이 맛에 길들여졌기에 익숙했던 이 맛이 좋을 수도….
오랜만에 먹는 집 밥이라 저절로 입맛이 돋는지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내배가 부른 듯 흐뭇하기만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들에 대해 의무감이 우선이어서 한 끼 때우는 것으로 숙제를 해낸 기분이었다. 그래서 대충 차려서 한 끼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나게 되자 그 생각이 넌지시 바뀌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가 사먹는 음식이라는 것이, 특히 대학교 근처의 음식점들은 학생을 상대하니 값싸고 푸짐하게 차려내야 하는 것 때문에 수입산 재료들과 온통 조미료와 자극성 있는 양념들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하루 보낼 아이들을 보면서 갑자기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있을 때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일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다.


고향을 대신해주는 손맛의 그리움
또한 나이 들어갈수록 어릴 때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워졌다. 이맘 때 쯤엔 우영에 있는 호박잎을 뜯어다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호박잎 국,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먹을 수 있었던 콩국 등등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음식들이 떠오르면 없었던 입맛도 다시 살아날 정도다. 옛 맛을 기억하며 만들어보아도 다시 그 맛을 낼 수 없음에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교차되면서 울컥해지기도 한다. 그만큼 음식엔 뭔가 모를 정신이 깃들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엄마 손맛의 마법이었을 줄이야. 입맛과 함께 솔솔 돋아나는 고향의 그리움.


그렇다면 내 아이들도 정신없이 바쁜 젊은 시절을 살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문득 그리워지는 고향의 맛은 무엇일까? 그게 바로 엄마의 손맛으로 만들어진 음식일 것이다. 이번에는 무엇을 만들어줘야 이 음식을 먹고 힘을 내어 다시 한 학기를 잘 견딜 수 있는지 그게 요즘 나의 숙제이다. 가끔 치킨과 탄산음료수면 된다는 아들아이 입맛을 매혹시킬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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