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공예로 선진 농법 전파한 안덕면 덕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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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부터 쇳물 녹여 쟁기와 무쇠솥 등 생산
   
(사진)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열린 ‘덕수리전통민속재현축제’에서 전통 불미 공예 방식으로 쇳물을 녹여 가마솥을 만드는 모습.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는 불미 공예로 제주에 선진 농경문화를 보급한 마을로 꼽히고 있다.

당서 동의전(唐書 東夷傳) 탐라조에 따르면 제주는 서기 661년에도 철치파(鐵齒擺:쇠스랑), 즉 호미로 땅을 일구고 있었다.

한반도에선 이보다 약 160년 전인 502년(신라 지증왕)부터 소를 이용한 쟁기갈이가 시작됐지만 제주의 농경법은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육지와 교역 및 왕래가 쉽지 않았던 옛 제주에선 달군 쇠를 두들겨 만든 간단한 농기구로 오랫동안 힘들게 땅을 일궈왔다.

녹인 쇳물로 쟁기를 만드는 불미(풀미의 제주어) 공예는 약 300년 전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전에 의하면 불미 공예는 송세만(1699~1791)에 의해 한경면 조수리에서 덕수리로 전래됐다.

그는 도내 일원을 답사한 결과, 거푸집과 용광로를 만드는데 적합한 점토가 덕수리에 가장 많은 것을 알아냈다. 모래와 진흙이 골고루 섞인 덕수리의 ‘참흙’은 열을 가할수록 더욱 단단하지는 특성이 있다.

불미는 달궈진 쇠를 두드려 호미나 칼을 만드는 단순한 ‘손풀무’와 한쪽에 세 사람씩 서서 널뛰기를 하며 일으킨 바람으로 쇳물을 녹이는 ‘골풀무’로 나뉜다.

골풀무는 무쇠솥과 쟁기 등 무게가 나가는 주물제품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데 제주에선 작업이 이뤄진 장소를 ‘불미마당’이라 불렀다.

불미 공예로 솥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먼저 점토와 보리까끄라기(보리수염)를 반죽해 틀을 만들어 3일간 바싹 말린 후 1000~1200도 가마에서 5시간 구워내 거푸집을 만든다.

이어 숯을 피우고 바람을 불어넣어 용광로의 온도를 1500도까지 올리면 주철(무쇠)이 녹아 쇳물이 나오게 된다.

벌건 쇳물을 거푸집에 집어넣으면 비로소 무쇠솥이 나온다. 쇳물이 골고루 들어가지 않으면 솥뚜껑에 구멍이 나기 십상이어서 강도 높은 노동력과 정신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다.

용광로에서 쇠를 녹이고 뜨거운 쇳물을 붓는 불미는 위험한 작업이라 철저히 분업화 됐다.

작업에는 20여 명의 일꾼이 참여했다. 불미마당 주인인 원대장, 일을 총괄하는 알대장, 황토로 솥 틀을 만드는 바슴대장, 용광로에서 쇠를 녹이는 둑대장, 쇳물을 받아다가 구멍에 넣는 젯대장, 보섭(쟁기) 틀을 만드는 질먹대장, 허드렛일을 하는 일꾼 등 역할이 세분화됐다.

덕수리의 옛 명칭은 ‘새당’. 과거에 ‘새당솥’ 또는 ‘새당보섭’이라면 제주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한창일 때는 불미마당이 16곳에 달했고, 도내 전역으로 무쇠솥과 쟁기가 팔려나갔다. 육지 상인들은 사계리포구에 배를 대고 직접 사갈 정도로 내구성과 품질이 우수했다.

널을 뛰며 발의 힘으로 바람을 일으켜 무쇠를 녹였던 불미 공예는 1945년 전후로 기계의 힘으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일꾼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쇠솥 대신 가벼운 양은솥이 널리 보급됐다. 여기에 1970년대 농촌에 경운기가 보급되면서 쟁기는 사라지게 됐다.

이로 인해 전통 불미 공예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지금은 재현 행사로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7호인 덕수리 불미 공예는 1979년 전국민속예술연연대회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받았다.

마을에선 1991년 제1회 불미공예 재현 행사를 열었다. 올해 23회 ‘덕수리전통민속재현축제’는 오는 11, 12일 이틀간 덕수리 민속공연장(제주조각공원 옆)에서 개최한다.

문성실 덕수리장은 “제주 농경문화 발달에 한 획을 그은 불미 공예 재현을 위해 주민들이 한 달 반가량을 준비해 왔다”며 “장기적으로 1회성 행사가 아닌 주민 소득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도입과 관광상품화를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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