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함께 자는 아이의 마음
할머니와 함께 자는 아이의 마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37>이명혜 부모교육 강사, 자기주도학습코칭·클리닉 전문가

조부모님과 아래·위층에서 함께 사는 3대 가족이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자 할머니 혼자 아래층에서 주무시는 게 싫다고 하셔서 가족 모두 아래층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처음엔 일곱 살 짜리 딸아이가 할머니와 자주어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혼자 쓸쓸하게 주무시는 것보다 손녀딸이 벗해주니 좋고 손녀딸 역시 할머니와 함께 자는 것이 할머니께 효도하는 거라는 엄마의 말에 고무되어 좋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일곱 살 딸이 자기도 동생처럼 엄마와 함께 자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 엄마는 할머니가 서운해하실까봐 얼른 아이를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그러면 안 된다고 달래어 방에 들여보냈는데 앞으로 이러면 어떡하느냐고 걱정이다.
 

1. 효도는 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할머니와 자기 싫어하는 것을 알게되면 할머니가 섭섭해하시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할머니와 자야한다고 아이를 설득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가족을 대표로 일곱 살 딸아이에게 효도를 강요하는 것이다.


그런데 효도는 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 며느리 입장에서 아이가 할머니와 자게 하는 것만으로도 효도일 수는 있지만 할머니의 외로움을 더는 방법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부모도 함께 할머니의 외로움을 덜여드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2. 아이 마음은 할머니와 자기 싫은 것이 아니고 엄마와도 자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잠시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자. 자기는 맨날 할머니와 자는데 동생은 엄마와 자면서 엄마를 독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칫 엄마가 자기는 사랑하지 않고 동생만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엄마랑도 자고싶다고 말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자신을 동생보다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 된다.


“그렇구나! 우리 00는 할머니가 싫은 것은 아닌데 엄마랑도 자고 싶은 거구나.”
 

부모가 먼저 아이의 선한 의도를 읽어줄 수 있으면 좋다. 그 다음에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가족이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좋은 의견을 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부모가 먼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어주면 좋다.


예를 들면 ‘요일을 정해 누나와 동생이 번갈아 가며 엄마나 할머니와 잔다’, ‘그날 할머니와 잔 사람이 다음 날은 엄마와 잘 수 있다’, ‘그러다 주말에 한 번 쯤은 온가족이 거실에서 같이 잔다’, ‘엄마나 아빠도 할머니와 자는 날을 정한다’ 중에서 한 가지를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다 보면 아이들은 저절로 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 수행해 나갈 수 있고, 또한 살아가면서 문제가 생기면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