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 지키려는 단호한 결의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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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재발견 32-방사탑] 1995년에 17기 민속문화재 8호로 지정

제주 선인들은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의 특정 방위가 허할 경우 그곳으로 사악한 기운이 유입된다고 믿었다. 젊은 생명이 급사하고 마을에 변고가 생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행을 미연에 차단하는 방책으로 주민들은 돌탑을 쌓았다. 탑의 꼭대기에는 새나 사람 얼굴 모양의 자연석이나 얼굴을 조각한 돌, 나무로 만든 새의 형상물 등이 위치했다.

 

이는 다름 아닌 방사탑으로 1995년 제주특별자치도 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됐다. 방사탑의 명칭은 지역에 따라 달랐는데 ‘거욱대’와 ‘거왁’, ‘답단이’, ‘답대’ 등이 또 다른 이름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방사탑은 모두 17기로 8-1부터 8-17까지 차례로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제주시 해안도로 하수종말처리장 동쪽에 있는 몰래물마을방사탑 1호(민속문화재 8-1)와 2호(〃 8-2호)를 시작으로 제주시 이호동에 골왓마을방사탑 1~5호(〃 8-3~7호),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용수마을방사탑 1~2호(〃 8-8~9호)가 자리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에 신흥리방사탑 1~2호(〃 8-10~11호),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에 무릉리방사탑 1~4호(〃 8-12~15호), 대정읍 인성리에는 인성리방사탑 1~2호(〃 8-16~17호)가 세워져 있다.

 

과거 마을 전체가 끈끈한 공동체를 이루던 시절 방사탑을 쌓기로 결정되면 주민들은 빠짐없이 탑을 쌓는 데 참여했다. 어른들은 꼬마들도 동참해 돌멩이 하나라도 보태도록 독려했다.

 

방사탑 축조는 땅을 파서 솥과 밥주걱을 묻은 후 흙을 덮는 일에서 시작됐다. 다음 순서인 첫 돌을 놓는 작업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방사탑을 세우는 목적이 나쁜 기운을 차단하는 것이기에 자칫 그곳에 비친 살(煞)을 맞아 죽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때 통상 마을의 최고 연장자가 나서 살만큼 살았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며 기꺼이 탑의 첫 돌을 놓곤 했다. 마을 공동체의 큰 어른으로서 후손을 위해 위험한 일을 자처했던 것이다.

 

그래서 방사탑은 결코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선을 추구하고 생존 의지를 함께 다졌던 상징물이다. 마을 안녕과 질서를 깨뜨릴 수 있는 외부 침입자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단합된 힘을 통한 응징을 다짐하던 공동체의 단호한 결의의 산물인 것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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