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한반도정세 '냉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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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미·대남 비난전 나설듯…물리적 도발 가능성은 낮아
북미관계 큰 틀 변화 없을 듯…'조정기' 거치며 의중 탐색
   
제발 '최고 존엄'만은…
 유엔 총회의 인권문제 담당 제3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 제안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이에 따라 북한 인권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는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 결의안은 안보리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한편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사진은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앞쪽 왼쪽 2번째) 등 북한 대표단이 회의장 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투표 결과를 바라보는 모습.

전례 없이 강도가 높은 새로운 북한 인권결의안이 18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미묘한 전환기에 들어선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일단 인권문제는 북한이 국제적 공론화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이슈라는 점에서 이번 결의안 통과는 해빙무드를 보여온 한반도 정세 전반을 경색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커 보인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안이 결의안의 핵심을 이루고 있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장 북한은 이번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과 한국을 향해서도 대외 선전기구를 통해 격렬한 비난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조심스러운 기류 변화를 보이던 북·미관계도 당분간 '냉각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 통과가 북·미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갈 정도의 직접적 파장을 낳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이번 결의안은 미국이 직접 주도한 형식이 아니라 유럽연합과 일본이, 그것도 유엔이라는 다자무대를 통해 추진한 별개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상징적 차원의 비난전을 가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적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결의안의 핵심인 ICC 회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제3위원회 표결 과정에서도 중국은 쿠바, 시리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따라서 북한은 성명과 논평을 통한 구두 비난전을 전개하는데 그치고 물리적 차원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북한은 이번 인권문제를 놓고 과거처럼 도발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서방을 상대로 나름의 '대항 외교전'을 전개해왔다.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초청하고 장기간 억류해온 미국인 두 명을 최근 풀어준 것도 국제적 고립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룡해 특사의 러시아 방문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방러를 예비하는 차원을 넘어 서방의 인권결의안 추진에 대항하려는 외교적 행보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상징적 의미가 큰 이번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또다른 도발을 일으켜 스스로 외교적 운신을 좁힐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유화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북·미간 관계개선 흐름에는 일정한 차질이 빚어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달 초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을 계기로 양측이 조심스럽게나마 대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와중에 인권이라는 예민한 변수가 돌출하면서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북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으로서는 이를 포괄적인 북·미관계 의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 당국 간에 대화의 장(場)이 마련되기 쉽지 않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북·미가 억류자 석방 과정에서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특히 외교소식통들은 최근 제임스 클래퍼 방북 특사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방북결과를 소개한 대목을 거론하고 있다.

   

클래퍼 국장은 방북 기간에 북한 관리들에게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설명했고, 이에 북한 관리들이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아" 실망스러워했다는 반응까지 공개했다.

   

이는 이번 특사 방북이 급격한 대화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이 방북 결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 볼 때 북·미 양국은 직접 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트랙2'(민간) 차원의 접촉을 통해 서로의 의중을 시험해보는 탐색국면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무기 개발능력을 과시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반도 정세의 또 다른 축인 남북관계도 이번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당분간 부정적 여파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북한은 한국이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포함된 점을 들어 비난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흐름이 이번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당분간 경색될 가능성이 크지만, 파국으로까지 치닫지는 않는 일종의 '조정기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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