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와 수행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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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워드 3급 시험 때 우리 엄마는 역시 다르구나 하고 느꼈던 때가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 이야기를 딸아이가 해준다. 그때는 컴퓨터 시험이 있어서 많은 아이들이 그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처음 그 시험에서 떨어졌다. 다음 날, 컴퓨터 담당 선생님이 오답노트를 하고 오라는 숙제를 냈다.

 

문제는 아이가 그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오답노트를 해 오라고 하면 틀린 문제를 읽으며 왜 틀렸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숙제를 내셨을 텐데 우리 아이는 그게 아니었다. 그 문제를 왜 틀렸는지 알고 있으면 그만인데 왜 꼭 써가야 하는지 불만이다. 엄마가 억지로 하라고 한들 그 시간에 공부가 되기는커녕 가장 지루한 시간이 될 게 뻔했다.

 

“네가 알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구나. 대신 컴퓨터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거다.”

 

엄마의 한 마디에 아이는 화들짝 기뻐하며 해방이 되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담당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아이가 오답노트를 하지 않아서 다음 시험에서도 떨어지면 책임 못 진다는 말씀을 하신다.

 

“네, 그럼요. 선생님께서는 걱정하시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런데 우리 00 다음엔 꼭 합격한다고 했으니 믿어보지요.” 아이 앞에서 그렇게 대답했다.

 

며칠 전, 강의에서 한 분이 중2 아들이 미술 수행평가를 왜 해야 하느냐고 하기에 논리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 줬는데도 여전히 하기 싫어해서 결국 “오늘 안으로 다 해놔! 안 그랬다간 봐!”라고 했더니 결국 다 했더란다(자녀도 해야 하는 이유는 안다). 논리가 필요 없고 엄마의 강요가 필요하다는 말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여기서 이 어머니는 성실성을, 나는 자발성을 기대하는 차이가 있다.

 

어느 방법이 맞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왜 이것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 오답노트를 하지 않은 경우, 선생님 앞에서 “우리 아이가 다음에 합격한다고 했으니 믿어보지요”라고 믿어주는 엄마를 보며 ‘다음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합격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학생인 경우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수행평가를 하면서도 다음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정말 지겹다. 성적을 위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를 생각하며 자조할 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가 본질을 이해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이가 컴퓨터 시험에 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때 다시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아마 아이 스스로 “이젠 오답노트를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럼 그때 성실성을 알게 하면 된다. 잊고 있던 이야기를 아이가 들려줘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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