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바닷가 기암괴석에 용이 되지 못한 백마의 한이 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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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용연
   

‘용머리를 닮은 바위’ 용두암(龍頭岩)과 ‘용이 살았다는 연못’ 용연(龍淵)은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제주시 용담동 해안에 솟아 있는 용두암은 화산 용암이 분출해 흐르다가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조화를 이루며 굳어진 기암(奇岩)으로 일종의 용암벽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얇은 판을 길게 세워 놓은 모양이지만 옆에서 보면 하늘로 솟아오를 듯 포효하는 용의 머리를 닮아 감탄을 자아낸다.

 

용두암과 200m 거리에 있는 용연은 한라산 북서쪽 기슭에서 오라동을 거쳐 바다로 흐르는 한천(漢川)의 하류에 형성된 깊은 소(沼)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다.

가늘고 길게 S자형으로 굽어진 약 200m 길이로 양편에 7~8m 높이의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자못 운치가 있다. 과거에는 시인과 선비들이 기암병풍 사이의 맑은 물에 비친 달을 보며 풍류를 즐겼다고 해 제주 12경 가운데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帆)으로 꼽혔다.

 

▲용이 되고자 했던 백마

용두암에는 용이 되고자 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백마의 한이 서린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한 바닷가 마을에 용이 되고 싶은 백마가 살았다. 그 마을에는 힘이 센 장사가 있었는데 그는 이 말을 잡고 싶어 했다.

 

백마는 조심성이 많아 잡기 어려웠기 때문에 장사는 꾀를 내 백마가 사는 곳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워뒀다. 시간이 지나자 백마는 허수아비에 익숙해져 그 근처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다. 노림수가 적중한 장사는 밤이 되자 허수아비로 분장하고 백마가 오길 기다렸다.

 

백마는 아무런 의심 없이 장사의 옆으로 다가왔고 마침내 붙잡히고 만다. 백마는 달아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장사의 힘을 당할 수 없어 하늘을 향해 세 번 울부짖었다. 그러자 천둥과 비바람이 몰아쳤고 날이 개어 백마가 있던 자리를 보니 특이한 형상의 돌이 하나 생겨났다. 이 돌이 용을 닮아서 사람들이 ‘용두암’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이렇다. 옛날 용왕이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사자(使者)를 인간세상으로 보냈다. 이 사자는 약초를 구하러 한라산을 찾았다가 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 그만 죽고 만다. 시체는 바다에 가라앉았다가 머리 부분만 물 위로 떠올랐는데, 이것이 돌로 굳어져 용두암이 됐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이무기가 승천을 앞두고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쳤다가 이에 노한 신령이 쏜 화살에 맞아 바다에 떨어져 죽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살고 있는 물

용연은 어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는 명소이기도 했다.

기우제를 지내게 된 내력은 이렇다. 옛날 제주에 큰 가뭄이 들어 많은 백성이 굶어죽었다. 어느 날 고대정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해 자신이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내릴 것이라 너스레를 떨었다가 관가로 불려갔다. 거짓말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처한 그는 어쩔 수 없이 용연 위 언덕에 제물을 차리고 굿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굿을 시작한 지 이레가 지났으나 비는 감감 무소식. “하늘님, 어찌 그리 무심하옵니까? 이내 몸 오늘 동헌 안으로 돌아가면 목이 잘려 죽게 됩니다” 그의 마지막 간절한 애원이 통했는지 갑자기 먹장 같은 구름이 밀려들었다.

 

이를 본 고대정이 굿판 장식으로 만들어 놓은 용의 몸 안으로 들어가 무악에 맞춰 춤을 추자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이후로 이곳을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살고 있는 물’이라 해 용연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전설을 간직한 용두암과 용연은 빼어난 비경으로 손꼽히는 가운데 지질학적인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두 곳은 2001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9호로 나란히 지정됐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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