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연림이 울창한 돌오름길.수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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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사람들의 발길 차단 천혜의 생태계 보고
   
▲ 돌오름길 입구에서 펼쳐진 아름드리 삼나무숲 구간은 피톤치드가 뿜어나오면서 심신이 상쾌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2010년 첫 선을 보인 한라산 둘레길은 걷고 싶은 또 다른 길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길을 차단해 자연림이 울창한 ‘신세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돌오름길=둘레길 2구간인 돌오름길은 서귀포자연휴양림 맞은편 거린사슴오름에서 출발한다. 200m쯤 들어가면 30~40m 높이의 삼나무가 빼곡한 숲을 이룬다.

아름드리 삼나무가 하늘을 가려 대낮인데도 햇빛을 차단했다.

숲길은 어두컴컴했지만 피톤치드를 흡수하는 삼림욕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니 폐부에 찌든 때가 깨끗이 청소되는 느낌이다. 적막감마저 감돌면서 잔설과 나뭇잎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삼나무 숲을 지나면 졸참나무와 단풍나무, 서어나무를 볼 수 있다. 한 겨울에도 잎이 푸릇푸릇한 굴거리나무는 대견스러웠다.

더 대견스러운 식물은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제주 특산물인 ‘제주조릿대’다. 돌오름길은 3.5㎞ 중간 지점부터 정상까지 혹독한 추위와 폭설을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제주조릿대가 지배하고 있다.

제주조릿대는 60~120년 동안 시들지 않고 땅속의 성분을 흡수해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예부터 잎은 고혈압과 당뇨에 좋아서 차로 끓여 마셨고, 열매는 대기근 당시 굶주린 백성들의 일용한 양식이 됐었다.

이 길은 거린사슴오름(743m)에서 돌오름 정상(1270m)까지 총 5.6㎞에 이른다.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법정이·볼레·노로오름 등이 병풍처럼 펼쳐졌고, 서귀포시 남·서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수악길=둘레길 3구간인 수악길은 돈내코 탐방안내소에서 여정이 시작된다. 입구에 있는 표고버섯 재배지와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두 개의 큰 가지가 휘어진 기묘한 나무를 만나게 된다.

돈내코를 끼고 걷다보니 맑은 냇물이 흐르는 하천을 자주 만나게 된다. 2㎞ 정도 지나면 하천변 암반과 나무들이 이끼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 형성된 ‘이끼 계곡 정원’이 나오지만 겨울이어서 푸른 이끼를 보지 못했다.

나무와 덩굴이 우거진 숲길이지만 길은 뚜렷하다. 일제가 병참로로 조성한 ‘하치마키 도로’ 흔적이 남아 있어서다. 7.7㎞의 숲길을 빠져 나오면 수악길의 절반에 해당되는 5·16도로 수악입구가 나온다.

이 도로를 건너면 나머지 절반의 길이 이어진다. 첫 장면은 아름답고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 든다. 이어 수악오름(물오름)을 지나면 ‘구분(區分)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구분담은 일제가 토지조사 당시 미 신고된 산림지와 국영목장지 수탈을 위해 국유지와 사유지를 구분해 쌓은 돌담이다.

다시 한참을 가다보면 화산활동이 일어난 이승이오름에서 분출된 화산탄을 볼 수 있다.

지상에 노출된 화산탄을 토양으로 삼아 나무가 자라면서 원시 밀림을 보는 듯하다. 이승이오름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서귀포에 주둔한 일본군 108여단 사령부의 전진 기지인 진지동굴이 있다.

수악길은 서귀포시 상효동 돈내코탐방로에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 입구까지 총 16.7㎞로 둘레길 중 가장 길다. 완주하는 데 6시간30분이 소요되는 만큼 수악입구인 5·16도로를 기점으로 두 차례 나눠서 탐방하는 것이 좋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달라서 3~4명이 모여 탐방한 후 콜택시를 불러 승용차를 세워둔 출발지로 되돌아와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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