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암절벽·거목 어우러져 절경 연출…신선이 드나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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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문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방선문(訪仙門).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는 뜻의 방선문은 제주시 용두암으로 흐르는 한천의 상류지점에 위치해 기암절벽과 온갖 거목으로 우거진 이곳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2호다.

 

방선문 계곡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것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거목 외에도 과거 옛 선인들이 풍류를 즐기며 다양한 시(詩)를 바위에 새긴 마애명(磨崖銘) 작품들. 예로부터 제주에 부임한 목사(牧使)를 비롯한 지방 관리와 제주에 유배 온 양반 등 수많은 선비들과 시인, 묵객(墨客)들이 풍류를 즐기며 수많은 시(詩) 작품들을 바위에 새겨 놓았다.

 

현재 약 230여 개의 마애명이 남아 있는데 깊은 계곡 속에서 옛 선인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과거로 돌아가 저 바위 너머에서 풍류를 즐기는 선비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방선문 일대는 한국 고전문학 중 해학소설의 백미이자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인 배비장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출입구 계단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 상류 쪽으로 5m 남짓 발길을 옮기면 푸른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있는 계곡 한 가운데 마치 대문을 열어 놓고 있는 모양으로 지붕이 덮여 있고 앞뒤로 트여 있는 큰 바위의 우측 천장에 방선문(訪仙門)이란 큰 글씨가 새겨져 있다.

언제 누가 새겼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으나 이 일대의 절경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삼국시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당나라의 시인이자 한학자인 백거이가 장한가(長恨歌)란 시를 노래했는데 이 시구에 방선(訪仙)이란 단어가 나온다.

신선들이 찾는 곳이니 그 절경의 빼어남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다.

 

봄철 철쭉꽃이 기암절벽을 붉게 물들이고, 이것이 맑은 계곡물에 비쳐 계곡 전체가 꽃으로 물들면 영주십경의 하나인 영구춘화(瀛丘春花)라 칭했다.

 

▲목욕하는 선녀 훔쳐본 한라산신

이 방선문에는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본 산신에 대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아득한 옛날 한라산 백록담에는 매년 복날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는데 이때마다 한라산 산신은 방선문 밖 인간세계로 나와 선녀들이 목욕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어느 복날, 미처 방선문으로 나오지 못한 한라산 산신은 그만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이에 선녀들이 이 사실을 옥황상제에게 알리자 격노한 옥황상제는 한라산 산신을 흰 사슴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뒤부터 하얀 사슴으로 변한 한라산신은 매년 복날이면 백록담에 올라가 슬피 울었다고 한다. 이처럼 방선문은 신선 세계로 통하는 문으로, 신선 세계와 인간 세계의 경계선인 것이다. 실제로 방선문 일대 바위에 새겨진 수 많은 시 작품들 중에는 ‘신선’과 관련된 마애명 작품이 많다.

 

우선 김영수 제주목사는 1779년(정조 3년)에 이곳을 찾아 바위 하나를 일컬어 환선대(喚仙臺·신선을 부르는 제단)라고 칭하며 바위에 환선대란 제목의 오언시 마애명을 남겼다.

 

환선대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위에는 우선대(遇仙臺·신선을 만나는 장소)라는 마애명이 있다. 방선문 계곡서 왼쪽으로 약 70여 m를 오르면 바위 군락이 있는데 그 중 제일 크고 보기 좋은 바위를 ‘우선대’라 이름 붙였다.

 

또한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곳, 신선의 영산으로 오르는 곳, 한라산으로 들어서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등영구(登瀛邱)’라는 마애명 시 작품도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현재 제주시 오라동과 오라동주민자치위원회는 ‘영구춘화 재현 및 방선문 계곡 명소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5월 방선문 계곡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제주시 보건소 인근에서 방선문까지 오라 올레길을 조성하는 등 방선문 보존 및 관광자원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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