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중산간 고유의 생태환경 간직한 초록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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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 저지곶자왈 초입에 있는 문도지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제주시 북동쪽 전경.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저지리는 오름에 닥나무(楮:저)가 많은 것에 유래해 ‘저지(楮旨)’라는 마을명이 붙게 됐다.

화산 폭발 시 분출된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변하면서 요철(凹凸) 지형을 이룬 저지곶자왈은 중산간 지역의 고유한 생태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흙 대신 현무암질 자갈과 바위로 덮인 저지곶자왈은 빗물을 스펀지처럼 지하로 빨아들인다.

그래서 마을에는 물이 귀했고, 주민들은 구덩이나 연못을 파서 빗물을 모아야 했다. 여기에 땅 속에 묻힌 넓적한 바위(돌빌레)를 들어내 큰 물통으로 만들어 식수를 해결했다.

저지곶자왈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나무와 덩굴이 뒤엉켜 있어서 경작지 개간은 어려운 대신 마소를 방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조선시대 국영목장의 경계선인 잣성의 흔적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에 가려면 저지예술인마을에 있는 방림원을 따라 북동쪽으로 2.7㎞를 들어가서 문도지오름(260m)에 입산해야 한다. 이 오름과 저지곶자왈 가는 길은 2010년 올레 14-1코스로 지정됐다.

문도지오름은 사방에 널려 있는 말똥을 피해서 올라가는 게 상책이다. 정상에 오르니 제주 서부지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 저 멀리 비양도와 고산 앞바다의 차귀도와 수월봉이 내려다보인다. 남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산방산과 송악산도 볼 수 있다.

오름을 내려와 서쪽으로 1㎞ 정도 가면 저지곶자왈 출발선에 서게 된다. 입구에는 파란색 조랑말을 형상화한 올레 표시 ‘간세’가 있다.

저지곶자왈에는 숨골이라 불리는 용암 함몰구가 산재해 있어 빗물을 빨리 흡수하는 대신 늘 일정한 온도의 공기를 땅속에서 올려 보낸다.

보습·보온 효과로 북방 한계의 아열대식물과 남쪽 한계의 한대식물이 공존한다.

독특한 지형과 기온 탓에 기형적으로 자란 소나무에는 한 겨울에도 콩짜개덩굴이 감싸고 있고, 양치식물인 가는쇠고사리가 무성해 마치 초록의 정원에 온 것 같다.

겨울에도 녹나무와 생달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 활엽수들이 울창하다. 바윗돌에는 이끼가 덮여 있고, 말똥에는 숲 속의 청소부인 버섯이 자라면서 지금이 1월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줬다.

2003년 저지곶자왈에선 국내에 보고된 적이 없는 아열대성 목본식물인 ‘천량금’이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암 수 딴그루인 천량금은 긴 타원형의 잎이 엇갈려 난다.

숲에 깊숙이 들어가니 숯을 구웠을 때 쇠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하고 화력이 좋다는 종가시나무를 마주했다. 큰 바위에 뿌리를 내린 종가시나무 군락지는 초록빛이 가득해 아마존 밀림을 떠올리게 했다.

곶자왈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있었다. 썩어서 쓰러진 나무는 덩굴식물이 감쌌고, 말라서 비틀어진 고목에는 가시덤불이 엉켜 있었다. 생명이 다한 나무도 숲을 지키는 정령처럼 보였다.

한경면에서 시작하는 저지곶자왈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까지 뻗어있다. 9.5㎞의 돌투성이 숲길을 따라 2시간 30분을 걸은 끝에 종착지인 오설록 녹차밭에 도착했다.

저지곶자왈에선 휴대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으니 절대 경로를 이탈하지 말라는 안내 경고문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에 한경파출소가 설치한 ‘경찰 순찰 중’이라는 푯말도 눈길을 끈다.

인적은 뜸한 데 숲은 갈수록 깊어져만 간다. 이 겨울, 고독한 숲길을 홀로 가기보다 연인과 친구, 지인끼리 모여 저지곶자왈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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