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선조들의 삶과 천연림이 어우러진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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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읍 이승악 생태탐방로
   

돌담은 화산 활동으로 탄생한 제주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도민들의 지혜가 담긴 문화유산이다.

 

도민들은 돌로 담을 쌓아 가축과 야생동물이 밭으로 드나드는 것을 막고 목장의 경계를 구분했다.

 

조선시대 국마장이 설치됐던 서귀포시 남원읍 이승악(이승이 오름) 생태탐방로에는 당시 한라산 밀림지대와 목장의 경계를 따라 쌓은 돌담인 상잣성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곳에서는 또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인 구분담도 만날 수 있다.

 

구분담은 국유지와 사유지를 구분하는 돌담으로 일제당국이 토지 조사를 실시해 토지 소유자가 명확하지 않은 산림과 목장지의 일부를 국유지로 편입하고 토지 소유권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전해진다.

 

이승악에는 2개의 생태탐방로와 1개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서성로(1119번 도로) 신례마을공동목장 입구에서 서쪽으로 300m 지점에서 시작되는 신례천 생태탐방로 제2코스(3.1㎞)에서 상잣성과 구분담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면 하늘 높이 가지를 뻗은 구실잣밤나무가 바람결에 흔들리며 ‘환영의 손짓’으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별로의 데크시설 없이 자연 상태 그대로 조성된 숲길을 따라 산딸나무, 소귀나무, 말오줌때, 굴피나무, 상수리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수목들이 자라고 있는데 나무마다 안내 표지판이 설치 돼 있어 탐방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조금 더 숲 안으로 들어가면 붉가시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붉가시나무는 다른 가시나무들과 다르게 수피가 벗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 모새나무와 참꽃나무도 저마다 군락지를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탐방로 옆 신례천 기암괴석 사이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에 제주의 파란하늘과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비춰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승악에 예로부터 한라산 표고버섯의 주산지로 명성을 떨쳤는데 지금은 수확한 표고버섯을  말리던 건조장의 흔적만 찾아볼 수 있다.

 

1905년부터 일본인에 의해 상업적으로 표고버섯이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숯으로 버섯을 건조시켰던 표고건조장과 숯가마가 그 터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탐방로에는 주민들의 무속신앙을 엿볼 수 있는 화생이궤가 조성돼 있다.

 

화생이궤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바위그늘(궤) 안에 설치된 제단으로 신례1리는 물론 남원과 효돈 등 인근마을 주민들이 찾아와 산신에게 소원을 빌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 이승악 정상에 오르면 성널오름, 사라오름 등 한라산의 남사면을 조망할 수 있다.

 

탐방로가 신례천 생태탐방로 제1코스와 신례마을공동목장 내 이승악 산책로와 이어져 있어 하산할 때는 다른 길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한편 이승악은  ‘이승이’ 또는 ‘이슥이’라고도 불리는데 오름의 모양이 삵(살쾡이)과 닮았으며 실제로 삵이 서식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오름에는 구실잣밤나무·동백나무 등 난대성 수목과 졸참나무 등 낙엽수, 곰솔 등 침엽수가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제주4·3사건 당시 경찰토벌대가 주둔했던 수악주둔소가 위치하고 있으며 상잣성, 구분담, 화생이궤, 숯가마 터 등 도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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