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탁 트인 사방 눈길 가는 곳마다 비경…절로 탄성 가득
(12) 탁 트인 사방 눈길 가는 곳마다 비경…절로 탄성 가득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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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있는 군산은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4분의 1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전할 만큼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제주도 서남부지역에서 산방산과 더불어 탐방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오름이 바로 군산(軍山)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있는 이 오름은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4분의 1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방이 탁 트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규모는 표고 334.5m, 비고 280m로 둘레는 8㎞가 넘을 만큼 몸집이 상당히 크다. 원추형 형태를 지녔으며 굼부리(분화구) 없이 봉우리가 솟은 남자형 오름인 이른바 ‘숫오름’이다.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이 오름이 가진 큰 매력이다. 안덕계곡과 대평리 사이의 좁은 도로를 이용하면 정상 턱밑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차에서 내려 5분이면 정상에 도착하니 게으른 길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슬봉과 송악산, 수월봉, 산방산 등이 막힘없이 훤히 보이는 것은 물론 북쪽으로 한라산이 한 폭의 그림과 같이 펼쳐진다. 중문관광단지를 비롯한 서귀포시지역의 명소들이 모두 내려다보이고, 이를 따라 드넓은 태평양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갑자기 생긴 산 ‘군산’

군산이란 이름은 그 생김새가 군막(軍幕)과 비슷하다고 붙여졌다. 다르게는 ‘군뫼’라고도 하는데 이 군뫼의 ‘군’은 ‘가외로 더한’, ‘덧붙은’을 뜻하는 접두사이다. 따라서 군산은 ‘가외로 생긴 산’, ‘덧 생긴 산’ 등의 의미도 지닌다. 이 오름에 전해지는 전설도 이런 이름과 관련이 있다.

 

옛날 창천리에는 학식이 뛰어난 강씨 선생이란 사람이 살았다. 그는 명성이 자자해 멀리에서까지 글을 배우려는 이들이 찾아왔다. 하루는 제자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문 밖에서도 글을 읽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를 이상히 여겨 문을 열었으나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글을 따라 읽는 소리는 이후 3년간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리에 들었던 선생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일어나게 된다. 선생의 잠을 깨운 이는 자신을 ‘용왕의 아들’이라 소개하며 3년간 허락도 받지 않고 문 밖에서 글을 배웠는데 그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은 크게 필요한 것은 없으나 거처 인근에 있는 창고내(倉川)라는 냇물의 소리가 요란해 글을 가르치는데 불편함이 있다며 그 소리를 막아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용왕의 아들은 자신이 떠나고 며칠간 큰 비바람이 몰아 칠 것이니 방문을 꼭 닫고 밖을 보지 말 것을 당부하며 작별을 고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떠나고 얼마 없어서 뇌성벽력이 치고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고 7일째가 되는 날 밖에 나와 보니 전에 없었던 산이 갑자기 생겨났다. 이 산이 바로 군산이다.

 

 

   
‘사자암’은 범섬의 나쁜 기운을 막아야 한다는 고승의 가르침에 따라 이름 붙여졌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사자 머리를 닮은 바위, 아들을 낳게 해주는 물

오름의 정상에 거의 다다르면 심상치 않은 내력을 지닌 듯한 큰 바위를 볼 수 있다. 사자의 머리를 닮은 이 바위는 ‘사자암’이라고 불리는데 예래동의 지명과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과거 한 고승이 지금의 예래동 마을을 지나다가 동쪽에 있는 섬(범섬)이 호랑이 형상이라 마을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어 서쪽에 있는 군산을 사자로 칭해 ‘사자가 온다’는 뜻의 ‘예래(猊來)’로 마을 이름을 지어 평온을 되찾았다고 한다.

 

오름 중턱에는 ‘구시물’ 또는 ‘굇물’이라 불리는 약수가 흘러나온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 기우제를 지낼 때 이 물로 제사를 지내면 비가 내렸다고 한다. 또한 숫오름에서 나오는 물이라 해 아들을 낳길 원하는 사람이 이 물로 소원을 빌면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불치의 피부병도 이 물로 씻으면 깨끗이 나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실제 약수터 옆에는 탐방객들을 위한 세숫대야도 마련돼 있다.

 

▲‘비경 중의 비경’ 박수기정

군산 탐방을 마쳤다면 지척에 있는 대평리 포구에 들려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는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비경 중의 비경’ 박수기정이 있다. 박수기정이란 박수와 기정의 합성어로,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군산의 전설과도 관련이 있다. 용왕의 아들이 창고내의 소음을 막기 위해 군산을 만들었을 때 이곳에 방음벽의 역할을 할 박수기정도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130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과 저 멀리 드넓은 푸른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한번 두 눈 가득 담아두면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장엄하고 도도하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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