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청정 삼다수를 탄생시킨 천혜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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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숲길
(사진=인공 조림 삼나무) 1970년대 말 제주도와 제주시 소속 공무원들이 식재한 삼나무가 하늘을 향해 무성하게 자라면서 힐링 코스로 변모했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삼다수 숲길은 제주도개발공사와 주민들이 손을 잡고 1년간의 준비 끝에 2010년 개장했다.

이 숲길은 원래 중산간을 호령했던 테우리(말몰이꾼)와 사농바치(사냥꾼)들이 다녔던 길이다. 민초들도 땔감과 식수를 구하기 위해 수시로 다니면서 임도로 형성됐다.

산과 들이 교집합을 이룬 해발 440m 중산간에 위치한 숲길은 고단한 삶을 억척스럽게 이겨냈던 선조들의 흔적이 배어 있다.

입구는 교래리복지회관 맞은편 제4교래교 옆에 있다. 안내판을 따라 가보니 처음에는 1㎞ 가량 시멘트길이 나왔다. 주변에 음식점과 펜션, 목장이 들어서면서 포장됐다고 한다.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돌투성이에다 질퍽한 흙에 물까지 졸졸 흘러 곳곳에 도랑이 있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일까? 나 홀로 호젓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모처럼 사색을 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탐방객들에게 제격인 듯싶다.

1코스는 5.2㎞로 1시간 30분, 완주 코스인 2코스는 8.2㎞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초입에는 ‘포리수’(파란물)라는 물통이 나온다. 빗물이 흘러 고인 샘물로 투명한 물에 하늘이 투영돼 파란빛이 감돌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음용수로 이용했는데 지금도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깨끗하다.

숲길의 시점과 종점에는 줄을 맞춰 무성하게 자란 삼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 1978~1979년 공무원들이 식재한 인공 조림지가 30년이 흐르면서 피톤치드가 뿜어 나오는 힐링 코스로 변모했다.

길을 계속 가면 조릿대 군락이 나온다. 마치 한라산에 오르는 기분이 든다.

숲이 깊어질수록 마른 가지가 앙상한 낙엽활엽수들이 눈에 띤다. 단풍나무, 박쥐나무, 비목나무, 때죽나무, 가막살나무, 자귀나무, 새비나무 등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계절 따라 야생화가 지천에 피는 데 봄에는 복수초, 여름에는 산수국이 군락을 이루고, 가을에는 하천을 따라 핀 단풍이 아름답다고 한다.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복수초는 수줍어서 숨어버린 것 같다. 대신 봄의 전령사인 청노루귀가 꽃을 피웠다.

숲길은 용암이 굳어서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변한 곶자왈을 품고 있다.

그래서 붉은 화산송이와 함께 다른 곳보다 유난히 구멍이 많은 다공질 현무암이 지천에 널려 있다. 작은 구멍은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빠져 나가며 생긴 것이다.

이 숲길은 삼다수 수원(水源)의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다. 층층이 쌓여있는 다공질 현무암이 빗물을 걸러내고 또 걸러내 깊숙한 지하로 흘러들게 한다.

숲 전체가 천혜의 여과기나 다름없다. 삼다수가 ‘화산 암반수’로서 청정한 물맛을 자랑하는 이유다.

설촌 700년의 유서가 깊은 교래리는 긴 다리 모양의 빌레(암반지대)가 마을을 서로 연결했었다.

빌레를 다리 삼아 건넜다고 해서 다리교(橋), 올래(來)를 써서 교래리라 불리게 됐다.

1948년 4·3의 광풍으로 중산간에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100여 가구가 모여 살던 교래리는 하룻밤 새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주민들은 과거의 비극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눈·비가 유난히 잦아 농작물이 잘 여물지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닭을 키우다보니 어느덧 ‘토종닭 특구’마을로 지정됐다.

교래리의 무성한 숲과 돌투성이 땅, 그리고 비가 자주 내리는 척박한 자연 환경은 청정한 지하수인 삼다수의 근원이 됐다.

곶자왈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삼다수 숲길은 경관미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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