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한천 지류를 따라 도심 속 힐링 만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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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 '방선문 가는 숲길'
   
제주시 오라동 한천을 따라 조성된 방선문 가는 숲길 전경.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방선문(訪仙門)은 신선들이 방문하는 곳이니 그 절경의 빼어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간 세계에서 신선 세계로 통하는 문까지 5㎞의 숲길이 나 있다.

오라동주민자치위원회가 2009년 개설한 ‘방선문 가는 숲길’, 일명 오라 올레길이다. KBS제주방송국 뒤편 고지교가 출발점이다.

고지교 다리 아래엔 ‘족감석’이 있다. 치마폭으로 흙을 날라 제주섬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이 쓰던 족도리(모자)가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넋이 나간 아이를 이 바위로 데려가 설문대할망에게 치성을 드려 낫게 했다. 아들을 점지해 주는 신통력이 있다는 설도 있다.

2007년 태풍 ‘나리’ 때 발생한 홍수로 15m 정도 떠밀려 간 120t의 이 바위를 제주시가 크레인 4대를 동원, 제자리로 옮겨 놓아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해줬다.

숲길은 한천을 따라 조성됐다. 한천은 백록담 북벽에서 발원해 용연 바다로 나가는 대동맥으로 장장 26㎞에 이른다.

숲길을 따라 거닐면 울창한 소나무와 기암괴석 등 숨은 자연의 비경과 하천의 지형 및 수자원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우선, 오라동 주민들이 유년시절에 물놀이가 성행했던 ‘항소’가 나온다. 항아리 모양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소(沼·연못)로 잠수한 아이들은 밑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갖고 올라오며 담력을 겨뤘다.

거슬러 올라가면 ‘다람쥐궤’가 나온다. 궤는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가 뒤엉켜 동굴처럼 형성된 곳으로 다람쥐(박쥐의 제주어)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항상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데 겨울에는 얼음이 생기고 여름에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판관소’는 옛날 이 숲길을 따라 방선문으로 향하던 판관 일행이 지친 가마꾼과 말몰이꾼을 쉬게 하고 물로 목을 축이도록 하면서 유래됐다.

목민관의 자세를 보여주는 연못으로 아무리 심한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한천에서 멀리 떨어진 연미마을 사람들도 먼 길을 마다않고 물을 길어 나르던 베품이 많은 연못이기도 하다.

다음은 애기라는 기생과 초임 목사가 사랑을 나눴던 ‘애기소’가 나온다. 부임한지 얼마 후 조정의 부름을 받은 목사는 “조만간 곁에 부르겠노라”고 약조한 후 한양으로 떠났다.

먹돌 같이 단단했던 사내의 약속도 부평초처럼 흩어지고 결국 변심한 목사는 애기를 잊어버린다. 기약 없는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친 애기는 둘만의 추억이 서린 이곳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애기의 사연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판소리 열 두 마당 중 하나인 ‘배비장전’이다.

하천을 낀 숲길은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에 편하다. 호랑이, 멧돼지, 큰바위 얼굴, 거북이 등 다양한 바위들이 널려 있어 지루하지 않다.

1시간 30분을 걸으니 종착점인 방선문에 다다랐다. 신선 세계로 들어가는 거대한 기암이 문처럼 솟아 있고, 풍류를 즐겼던 시인과 묵객들이 한시와 이름을 바위에 새겨놓은 ‘마애명’이 남아 있다.

봄놀이를 즐기던 옛사람들은 기암절벽 사이로 붉은 철쭉이 피고 이것이 맑은 계곡물에 비쳐 계곡 전체가 꽃으로 물들어 절경을 이루자 영주십경의 하나라며 영구춘화(瀛丘春花)라고 명명했다. 아쉽게도 신선 세계로의 출입은 금지됐다. 방선문에 낙석 위험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제12회 방선문 축제는 다음 달 9~10일 열린다. 강정호 오라동장은 “축제 기간에 입구 계단까지 출입을 허용, 먼발치에서 방선문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숲길 곳곳에선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작은 음악회와 북카페 등 미니 공연이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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