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생각만으로도 심한 통증이 예상되면서 몸서리칠 것이다. 이처럼 작은 상처에도 심하게 통증이 생기는 반면 크게 다쳤는데도 오히려 모르고 지내다 우연히 발견되는 질환이 있다. 녹내장이 바로 그런 경우다.
녹내장은 눈과 뇌를 이어주는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점점 보이는 범위 즉,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을 말한다. 시야가 계속 좁아지다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되는데 녹내장이 무서운 이유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실명에 이르러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녹내장은 크게 통증을 유발하는 폐쇄각 녹내장과 특별한 증상이 없는 개방각 녹내장으로 나뉜다. 우리 눈 속에는 방수라는 물이 들어 있어 이를 통해 안압을 측정할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에는 급격히 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환자는 통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 안과를 찾게 된다. 이처럼 통증이 있는 경우라면 치료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실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개방각 녹내장은 다르다. 대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는 통증이 없기 때문에 녹내장을 방치하게 되고 실명에 이르러서야 안과를 찾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고 마는 안타까운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종합 건강검진이 활성화되어 있고 건강검진 항목 중에는 안과 검사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녹내장 조기 발견이 늘어나고 있다. 녹내장의 진단은 시야검사기와 시신경의 두께를 재는 안구광간섭촬영기(OCT)를 이용하게 되며 이 같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녹내장은 크게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안압을 떨어뜨리는 안약을 이용한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치료법은 눈 속에 들어있는 물의 압력인 안압을 낮춰 녹내장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이다. 이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평생 약물을 이용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부 환자들 중에는 평생 약을 넣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치료 초기부터 체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약물을 투약하지 않는다면 실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 자세를 갖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없다면 방수의 흐름을 개선시켜 안압을 낮추는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녹내장은 길게 보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의료진을 믿고 긍정적인 자세로 치료를 받는다면 실명이라는 무서운 결과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