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제주의 맛에 빠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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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음식

▲고기국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육수 국물에 가지런히 말린 건면, 그 위를 수북하게 장식한 편육. 그 모양만으로도 절로 군침을 돌게 만드는 음식, 바로 고기국수다.

 

진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고기 국수는 일명 ‘잔치 국수’라고도 불린다. 제주에서는 결혼식 등 잔치에 온 손님을 대접할 때면 돼지를 잡아서 고기는 ‘돔베고기’라는 편육으로, 뼈와 부산물들은 국이나 순대 등의 재료로 쓰는데 고기국수는 이 돼지 삶은 국물을 육수로 사용한 음식이다.

 

고기국수는 사실 역사가 오래된 음식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건면을 생산하는 국수공장이 들어섰고, 물자가 귀한 시대이다 보니 경조사 때 ‘몸국’과 같은 잔치 음식도 대접하기 힘들게 되자 돼지 뼈를 우린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손님상에 내놓게 됐다. 이후 1970년대 정부의 분식장려 정책과 가정의례준칙 발효와 맞물려 제주 전역으로 전파됐다.

 

보통 육지부에서는 국수를 만들 때 쇠고기 육수나 멸치 육수에 소면을 쓰지만 제주의 고기국수는 돼지고기 육수에 대부분 중면을 사용한다.

본래는 돼지 삶은 국물을 썼으나 요즈음은 돼지사골을 우린 국물만을 쓰거나 멸치 육수를 일부 섞기도 한다.

 

 

▲갈치국

 

   

어느 지방이건 향토색 짙은 맛으로 그 고장의 정서까지 느끼게 하는 음식들이 있다. 제주의 다양한 음식 가운데는 갈치국이 바로 그렇다.

 

육지부 사람들은 갈치를 구이나 조림으로만 먹기 때문에 은빛 갈치 토막이 뜨거운 국물 속에 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비릴까’란 생각을 먼저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가로막는다.

갈치국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에 매콤한 풋고추의 향과 달달한 늙은 호박이 더해져 참 별난 맛을 자랑한다.

 

국 속에 들어있는 큼지막한 갈치 토막을 꺼내 먹는 맛도 별미다. 국을 끓이는 과정에서 갈치의 살이 더욱 쫄깃해져 기분 좋은 식감을 선사한다.

 

만드는 과정도 무척이나 간단하다. 물이 끓으면 갈치를 토막 내어 넣고 거의 익을 때쯤 늙은 호박, 얼갈이배추 등의 채소를 넣는다. 마지막에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 완성된다.

이렇게 조리법이 간단한 갈치국의 완성도는 재료의 싱싱함에 달렸다. 갈치는 비늘이 벗겨지지 않고 눈알이 선명한 것이 싱싱한 것이다.

 

갈치국은 뜨거울 때 먹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속이 뻥 뚫릴 만큼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성게국

 

   

제주에서는 성게를 ‘구살’이라고 부른다. 구살에 미역을 넣고 끓인 국을 ‘구살국’ 즉, 성게국이라 한다.

 

‘제주도 인심은 성게국에서 난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과거에는 이 국을 별미로 여겨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 대접 음식으로 내놓고는 했다.

 

성게국은 성게 알에서 우러난 노란 국물과 미역이 어우러진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제주에서는 기계건조가 아닌 바람에 말린 가파도 미역을 넣어 끓인 성게국을 최고로 친다.

 

성게는 붉은 기가 도는 노란색이 짙을수록 맛이 달다. 특히 5월에서 7월 사이 보리가 익을 무렵이 가장 맛있다 해 이 때의 성게를 ‘보리성게’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바닷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잡은 즉시 돌로 쪼개 노란 성게 알을 손가락으로 파서 먹기도 했다.

 

성게 알은 날로 먹어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만 국으로 끓여 먹으면 미역의 바다향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해삼보다 단백질을 많이 함유해 일명 ‘바다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성게는 엽산 함유량이 높아 소화 흡수에 좋고, 특히 강장제로 효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이 많아 빈혈 환자나 회복기 환자에게도 좋다고 한다.

 

 

▲한치물회

 

   

제주의 여름은 식도락의 계절이다. 봄의 끝자락을 뒤로하고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이면 제주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는 음식은 단연 시원한 물회다.

 

자리물회와 옥돔물회, 어렝이물회 등 그 종류도 다양한 제주의 물회 가운데 맛은 물론 먹는 재미도 일품인 것이 바로 한치물회이다.

 

한치물회는 쫀득한 식감의 한치와 아삭한 오이 그리고 풍미가 있는 국물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듯 후루룩 한치를 건져 먹고, 얼음이 동동 뜬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국물을 들이켜면 왜 이 음식이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불리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한치의 외관은 오징어와 비슷하나 다리 길이가 한 치(약 3㎝)에 불과해 ‘한치’라고 부른다. 살이 부드럽고 담백해 오징어보다 맛이 좋으며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징어보다 ‘한 수 위’ 대접을 받아 왔다.

 

보통 생회로 먹는 것을 즐기지만 고추장을 넣어 달달 볶아 매콤하게 먹어도, 햇볕에 말려 구워 먹어도 맛있다. 그러나 물회로 먹는 한치 맛이 단연 최고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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