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오름 정상에서면 숨은 진주 산정호수가 눈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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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오름...생태계의 보고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영아리오름은 도내 오름 중 몇 안 되는 산정호수를 낀 오름으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며 생태계 보고로써 람사르습지로도 지정·보호되고 있다. 물영아리오름의 정상에 있는 산정호수

제주에 있는 370여 개의 오름들은 저 마다 사철 자신만의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 중에도 분화구에 물을 품은 산정호수가 있는 오름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산정호수가 있는 오름은 물장오리, 물찻오름, 서영아리오름, 물영아리오름 등 몇 안된다. 이들 중 물장오리와 물찻오름은 천연기념물 지정 및 오름 생태계 보호 이유로 현재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이다.

 

안덕면 중산간에 위치한 서영아리는 출입제한 구역은 아니지만 한라산 깊은 곳에 자리한 데다 정식 등반로가 없어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 남원읍 수망리의 물영아리오름은 2007년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국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는데도 출입제한이 없고 등반로가 잘 조성돼 있어 누구나 쉽게 찾아 오름과 오름이 품은 산정호수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생태계의 보고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물영아리오름은 특이한 오름이다. 정상부 습지는 2000년 전국서 최초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오름을 오르기 위해 차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넓은 면적에 노랗게 피어난 개민들레꽃이 탐방객을 반긴다. 민들레밭을 지나면 드넓은 목장지대가 펼쳐져 있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인다. 목장 가장자리로 오름 입구까지 목재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또한 오름 입구부터 정상을 넘어 산정호수까지도 목재 계단이 설치돼 있어 편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820여 개의 계단을 오르며 중력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숨이 ‘헉헉’ 차오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과 귀의 신경을 집중시켜보자. 계단 주위에 같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새우란이 지천에 널려 있어 눈을 즐겁게 하고, 온갖 새들의 지저김이 귀를 즐겁게 하며 지친 몸에 힘을 실어 준다.

 

이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 산정호수에 다다른다. 둘레가 약 1km에 깊이가 40m에 이르는 산정호수 습지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 맹꽁이 물여귀 등 210종의 습지식물과 47종의 곤충, 8종의 양서류와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특히 이곳은 습지여서 독사와 유혈목이가 많아 지정 등반로 이외의 곳으로의 진입은 절대 금물이다.

 

▲산정호수의 탄생 전설

옛날 들판에 방목 소를 잃어버린 젊은이가 소를 찾아 헤매다 이 오름 정상에 올랐을 때 목도 마르고 기진맥진해 쓰러지고 말았다. 그 때 젊은이의 꿈에 한 백발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너무 상심 말거라. 내가 그 소 값으로 이 산 꼭대기에 큰 못을 만들어 줄테니 너는 부지런히 소를 키우면 살림이 궁색하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년이 눈을 떠보니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어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듯 굉음이 들리고 청년은 그 자리서 혼절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청년은 정신을 차렸다. 날씨는 화창하게 맑고 자신이 쓰러졌던 정상부에는 크게 움푹 패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출렁이고 있었다.

 

그 후 그 물을 마르기 않고 소들은 오름 주변에 물이 없으며 오름 꼭대기로 올라와 물을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다.

 

물영아리오름만 오르는 것이 아쉽다면 ‘물보라길’로 이름 붙여진 약 4㎞ 구간의 오름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다. ‘푸른목장 초원길’, ‘소몰이길’, ‘잣성길’, ‘삼나무숲길’, ‘자연하천길’ 등으로 구분된 둘레길에서 물영아리오름의 또 다른 멋과 수망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다.

 

게다가 물영아리오름 주위는 영화 ‘늑대소년’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이 곳을 찾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 제주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으며 3일에도 비가 내려 물영아리오름 속의 숨은 진주인 산정호수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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