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석주명 발자취 따라 숲길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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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영천동 석주명 나비길
   
▲ 서귀포시 영천동에 있는 옛 경성제대 제주도시험장 연구소 건물. 석주명 선생은 이곳에서 2년 1개월을 머물며 나비 연구에 매진해 왔다.

서귀포시 돈내코 계곡을 따라 조성된 ‘석주명 나비길’은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1908~1950)이 남긴 자취를 밟아 볼 수 있다.

바르게살기 영천동위원회는 2년간 준비 끝에 지난해 ‘석주명 나비길’을 열었다. 돈내코 야영장에서 출발해 계곡과 오름,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6.3㎞로 2시간이 소요된다.

탐방 구간은 피서지로 유명한 원앙폭포 입구에서 시작된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기암괴석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을 마주하게 된다. 자갈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은 맑고 투명했다.

이어 종가시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친환경 목재 나무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명상 숲길’이 나온다. 동·서양 선인들이 남긴 주옥같은 명언을 판자에 새겨놓은 곳이다.

나무길을 빠져나온 후 서귀포산업과학고 정문에서 남쪽으로 가면 보면 법호촌이 나온다.

이 마을에는 1940년대 조성한 인공 수로인 ‘논골’을 볼 수 있다. 흔적은 많이 사라졌지만 ‘논골’ 덕분에 인근 상효마을에선 벼농사를 지었고, 멀리 떨어진 신례마을은 식수 걱정을 덜었다.

반환점은 영천오름(312m)으로 정상에 오른 뒤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 종착지인 돈내코 야영장으로 가면 탐방을 마칠 수 있다.

이 길의 스토리텔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석주명 선생이 이 길을 따라 나비를 찾는 데 열중했고, ‘제주학’을 개척하면서 제주사람들은 길속에 담긴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다.

평양 출신인 그는 본격적인 나비 연구를 위해 영천동에 있는 경성제대 제주도시험장(현 제주대 아열대농업연구소)에서 1943년 3월부터 1945년 5월까지 2년 1개월 동안 촉탁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9년 석주명 포럼 당시 제주를 찾은 외동딸 석윤희씨는 “아버지는 하루에 5시간만 잠을 자면서 연구에 매진했다”며 “나비를 채집하러 집을 나가면 몇 달 후에나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논문 한 줄을 쓰려고 나비 3만 마리를 만졌다’는 그는 제주산 나비류 58종을 학계에 보고했다.

그의 집념과 열정은 한국 나비를 248종으로 분류한 ‘조선산 나비 총목록’을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한국인 저서 최초로 영국왕립학회 도서관에 소장됐고, 석주명은 세계적인 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제주와 관련된 저서로 제주도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1949), 제주도 관계문헌집(1949) 등 동·식물은 물론 언어와 지리, 인문학을 아우르며 다방면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가 ‘제주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유다.

서귀포시는 그의 업적을 기려 2009년 토평 사거리에 석주명 동상과 공원을 조성했다. 또 그의 생을 기리기 위해 석주명 기념관 및 나비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영천동 주민들은 70년 전 마을의 산과 들, 계곡을 누비며 나비를 채집하며 연구에 매진했던 그의 유업을 이어받기 위해 ‘석주명 나비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난해 개최한 제1회 돈내코 원앙축제에선 나비와 제주어를 주제로 공연과 사진전, 연날리기, 힐링 걷기 등을 마련했다. 석주명 선생을 기리는 제2회 축제는 오는 8월에 열릴 예정이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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