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제주 자연서 키운 디자인 감성...글로벌 리더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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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마이크로소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만화 좋아하던 섬 소년이 MS 디자인 주인공으로 성장
   
            유영규 마이크로소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키워온 감성으로 글로벌 미래를 디자인하는 꿈을 키우다.’

미국 최대 IT기업 가운데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미래를 이끌 디자이너로 인정받은 유영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44)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주목을 받고있는 디자인리더다.

현재 미국 워싱턴 레드몬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사 본사에서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여러차례 진행된 이메일 인터뷰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글로벌 제주인으로서의 자긍심과 포부를 밝혔다.

▲자연과 만화로 꿈을 키우다=서귀포시 하효동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보다 자연을 벗삼아 노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 제주의 파란 하늘과 쪽빛 바다, 탐스럽게 잘 익은 노란 감귤 등 제주만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이 연출해내는 형형색색의 빛깔은 그의 디자인 감성을 키워준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효돈초등학교 시절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친구들에게 만화 주인공 캐릭터 등을 그려줄 정도로 남다른 그리기 실력을 뽐냈다. 용돈을 모아 만화책과 프라모델을 구입하는 취미 생활도 어린 그에게는 즐거운 일상이었다.

효돈중을 거쳐 남주고에 들어가면서 그는 대학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중 사촌누나 친구인 미술선생님의 권유로 3학년 초부터 미술대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뒤늦은 도전이었지만 탄탄한 실력을 앞세워 제주대 산업디자인학과에 들어가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디자인 계통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대학 입학 후 처음에는 그래픽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했으나 군대를 갔다온 후 새로운 경험 기회가 많은 제품디자인으로 변경,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도전에 나서며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는데 주력했다.

그 성과로 국내는 물론 해외 디자인 공모전까지 입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당시 경험들은 현재까지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자 디자이너로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대학 시절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한 넓은 안목과 훌륭한 디자인 감을 갖도록 많은 영향을 준 고(故) 이기후 교수님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첫 히트작을 만들다=대학 재학 당시 삼성전자의 디자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삼성 디자인멤버십’ 4기 회원으로 발탁됐던 그는 1997년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무선사업부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그는 입사 2년 차의 신입 디자이너가 맡기에는 벅찬 대형 프로젝트인 휴대폰 신제품 개발을 맡아 알루미늄 소재 디자인의 새로운 미니폴더 ‘애니콜 SCH-A100’을 탄생시켰다. 일명 ‘깍두기폰’으로 불리운 이 상품은 젊은 층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히트모델로 자리잡았다.

이를 계기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중요한 프로젝트를 잇따라 맡아 슬림폰 등 다양한 인기상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한번에 1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자신이 처음으로 디자인한 휴대폰 제품이 TV광고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해당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평생 디자이너로 살겠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그는 “제품 출시 과정까지 수 많은 고생이 있었지만 보람도 매우 컸다”며 “당시를 떠올리면 동기 부여가 될 정도로 마음 속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히다=삼성전자에서 유망 디자이너로 주가를 높이던 그는 국내보다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쌓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세계적인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의 본사 디자이너에 도전, 2004년 입사에 성공했다.

미국 포틀랜드에 위치한 나이키 본사 타이밍 디자인그룹에서 일하게 된 그는 유일한 동양인 출신 디자이너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초반 머나먼 이국에서의 사회생활과 낯선 기업문화 등에 따른 시련도 적지 않았다. 힘에 부쳐 고국으로 돌아가고픈 생각도 들었지만 마음을 잡고 일에 몰두하면서 ‘나이키 트라이엑스 베이퍼’ 시계 제품을 히트시키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또 뉴욕에서 개인전시회를 갖는 등 젊은 패기를 앞세워 세계 각국의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국제적인 시각을 익혔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회사의 일원으로 내가 기여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신나는 상상을 했었고, 더 넓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동 전시 포스터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유영규 디렉터(사진 위).

아우디 베를린 디자인 행사에 참석한 유영규 디렉터(왼쪽에서 세 번째)가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세계 디자인 거장을 만나다=2006년 다시 LG전자 책임디자이너로 돌아온 그는 ‘와인폰’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히트상품으로 만들었으며 2007년에 다시 아이리버 디자인 총괄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전자책 ‘이북(e-Book)’ 등의 심플한 디자인 상품들을 선보였다.

아이리버에서 그는 제품디자인 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시, 리테일 등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세계의 여러 글로벌 회사에서 관심을 갖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실을 만들어냈다.

이어 2010년에는 ‘클라우드앤코’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서울에 설립해 미국 코카콜라와 월트디즈니, 독일 아우디, 일본 무인양품 등의 해외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디자인 컨설팅을 맡고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레보레이션과 전시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그는 201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시회인 ‘저팬 크리에이티브’에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제스퍼 모리슨 등과 함께 초대돼 콜레보레이션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지금까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실력으로 인정받고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들과 협업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새로운 도전, 그리고 제주=그는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입사한 후 미국 레드몬드 본사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10’과 함께 발표한 고글 형태의 새로운 증강현실 장치인 ‘홀로렌즈(Hololens)’ 제품의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네 명의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집중 조명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잠재성이 있거나 특출한 직원들을 선정해 소개하는데,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직원들 가운데 선정됐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면서도 책임감이 무겁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오는 12월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쿠퍼휴잇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에도 초대돼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는 등 그의 ‘현재진행형’인 도전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그는 국내에 있는 클라우드앤코 디자인 스튜디오를 세계에서 영향력 있고 존경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고향 제주에도 클라우드앤코를 오픈해 제주도를 위한 일을 찾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고향 제주에 대해 “아름다운 환경으로 디자인 감성을 충만하게 만들어준 큰 스승”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최근 들어 자연과 조화되지 않은 무절제한 환경 디자인이 제주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닌 본래의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과 환경을 지키고 유지하면서 조금은 더디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해 나가는 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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