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영주십경 제1경…빼어난 풍광에 지질학적 가치도 높아
(25)영주십경 제1경…빼어난 풍광에 지질학적 가치도 높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성산일출봉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성산일출봉은 영주십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힐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지질학적 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이곳에는 제주 창조신 설문대할망 등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10곳, 이른바 ‘영주십경(瀛州十景)’ 가운데 1경으로 꼽히는 성산일출봉은 제주도 내에서 최고의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관광 명소이다.

제주도의 동쪽에 돌출한 성산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했으며 그 생김새는 마치 웅장한 성곽을 연상시킬 만큼 장쾌하다.

 

그 탄생 배경도 특별하다. 성산일출봉은 약 10만년 전 제주도의 수많은 분화구 중에서는 드물게 바다 속에서 폭발해 형성됐다. 본래 바다 위에 있던 화산섬이었으나 1만년 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쪽 땅과 섬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이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성산일출봉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 지질학적 가치도 높아 세계적인 명승지로 각광받고 있다.

 

▲마을 안녕을 기원하는 바위=잘 정비된 등산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중간쯤 길목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바위를 마주하게 된다.

일명 ‘등경돌’이라고 불리는 이 바위에는 제주의 창조신인 설문대할망에 관한 전설이 전해진다.

 

설문대할망은 성산일출봉 분화구를 빨래 바구니로, 우도를 빨랫돌로 삼아 옷을 빨았다고 한다. 옷이 단 한 벌 밖에 없었기에 날마다 빨래를 했고, 밤이 되면 해진 데를 꿰매 입어야 했다. 이 때 이 바위 위에 등잔을 올려놓고 불을 밝혔다는 것이다. 설문대할망에게는 바위가 낮았기에 바위 하나를 더 얹어 지금의 모양이 됐다고 한다.

 

또 고려의 마지막 항몽세력인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김통정 장군은 성산마을에 성을 쌓아 나라를 지켰는데, 등경돌 아래에 앉아 바다를 응시하고 때로는 바위 위로 뛰어오르며 심신을 단련했다고 한다. 바위의 중간에 큰 발자국 모양이 패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이 바위를 지나는 마을 주민들은 네 번의 절을 했다고 한다. 두 번의 절은 제주를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두 번의 절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김통정 장군에 대한 것이다. 예전에는 이 바위 앞에서 제를 지내 마을의 번영과 가족의 안녕을 빌었으며 전쟁터에 나간 젊은이도 김통정 장군의 정기를 받은 이 바위의 수호로 무사히 돌아왔다고 한다.

 

등경돌을 지나 10여 분 더 오르면 마침내 정상에 이른다.

정상은 거대한 접시 모양의 분화구로 이뤄져 있다. 분화구 둘레에 고만고만한 크기의 기암이 빙 둘러 서 있는데 마치 거대한 성벽과도 같다. 자연이 빚어낸 그 환상적인 조화에 절로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분화구 너머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망망대해와 어우러진 압도적인 풍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 마저 자아낸다.

 

▲우뭇개해안, 그리고 ‘그리운 바다, 성산포’=성산일출봉의 하산길은 등산길 초입에 있는 전망대 앞을 가로 질러 우뭇개해안으로 이어진다.

낭떠러지 암벽을 끼고 움푹 들어가 있는 우뭇개해안은 우뭇가사리가 많이 난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수성화산체의 신비로운 속살을 볼 수 있는 이 해안에는 짙푸른 바다를 달려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보트가 기다리고 있다. 보트 선착장 옆으로는 ‘해녀의 집’이란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성산포 해녀들이 직접 잡은 소라와 멍게, 전복, 해삼 등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성산일출봉 탐방의 마무리를 운치 있게 하고 싶다면 인근에 있는 오정개해안을 찾아보자. 성산리 중심지에서 정오 방향에 있는 개(포구)라고 해서 ‘오정개’라 불리는 이곳에는 ‘이생진 시비(詩碑) 거리’가 있다.

 

일명 ‘섬 시인’이라 불렸던 이생진은 1000곳이 넘는 섬을 찾아다녔는데 특히 제주도를 좋아해 자주 노래했다. 특히 그의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성산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수십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멀리서 보거나,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 보거나, 정상에 올라 분화구를 내려다 봐도 풍광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는 성산일출봉. 눈으로 충분이 즐겼다면 이곳 비석에 새겨진 19편의 시를 통해 마음으로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