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베이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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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래서 한 때 기억했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태웅.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지금 중 3이 됐을 것이다.

2000년 1월 1일 0시 0분 0초에 태어났다.

그래서 이 아이는 정부가 공인한 ‘밀레니엄 베이비’ 혹은 ‘즈문둥이’로 알려졌다.

새천년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1997년 말 시작된 외환위기의 어려움이 가시지 않은 시기여서 ‘밀레니엄 베이비’의 상징성은 컸다.

2000년 12월 23일 태웅이의 부모는 일주일 정도 앞당겨 돌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이날 태웅이 엄마는 태웅이가 연필을 쥐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꾸벅꾸벅 졸아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2015년 8월. 태웅이에서 태웅 군이 된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외환위기라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새로운 천년을 앞둬 사랑을 투자했다.

통계 자료를 보면 2000년 도내 출생아 수는 854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7377명, 2002년 6452명, 2004년 5999명, 2005년 5673명에 비해 뚜렷하게 많은 것이다.

2000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새로운 천년의 시작인만큼 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제 우리 나이로 16살, 중 3인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대학에 가는 것보다 제주시 평준화 고교에 가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다.

많은 중3 학생들이 평준화 고교에 가고 싶어도 학교와 학급 수가 적어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중3의 경우 밀레니엄 베이비인지라 다른 때보다 학생 수가 더 많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도내 중3 학생 수는 8174명으로 지난해 7844명보다 330명이 많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과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을 감안해도 최소 250명, 최대 300명 이상 학생 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대 산학협력단은 제주시 평준화지역의 정원을 228명 정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3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유명 대학의 정원은 정해졌는데 입학하려는 학생 수가 전국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베이비’로 관심을 받았던 이들이 평탄한 길보다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무슨 무슨 베이비’를 비추는 조명 뒤에는 이처럼 그늘도 있다.

박상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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