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혼을 빼는 자연경관 이곳이 '극락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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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성지순례길-지계의 길
   
제주불교 성지순례길은 2012년 ‘지계의 길’을 시작으로 3개 코스가 개설됐다. 본지는 제주 불교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무정설법(無情說法:인간만이 설법하는 것이 아니라 산천초목도 설법한다)’을 통해 본인의 참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불교 순례길을 연재한다.【편집자 주】

지계의 길(14.2㎞)의 또 다른 이름은 ‘구도의 길’이다. 이 길에서는 오라올레와 소산오름 등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나면서 불교의 이상향인 극락정토를 꿈꾸게 한다.

길은 제주시 해태동산(7호 광장) 인근에 있는 관음정사에서 시작된다.

조선시대 제주성에서 대정현으로 가는 길목이자, 동서남북을 잇는 요충지인 해태동산은 석가탄신일마다 봉축탑을 점등해 부처님의 자비에 광명을 밝히고 있다.

1973년 창건된 관음정사로 들어서면 검은빛을 띄고 있는 미륵부처가 눈길을 끈다. 제주도민들이 미륵신앙을 경배해 온 것을 존중해 화산암(현무암)으로 제작한 미륵불을 모셨다.

관음정사를 지나면 ‘달밤에 거북이가 누워 있는 모습’인 오라동 월구마을이 나온다. 거북이는 불교에서 진리의 법을 상징한다.

우연이 일치인지 오라동에는 김석윤·오이화·김찬수 스님 등 고승대덕을 많이 배출했다.

오라동에는 백록담 북벽에서 발원, 용연 바다로 나가는 한천과 방선문 계곡을 낀 오라올레가 있다.

이곳은 기암절벽 사이에 핀 붉은 철쭉이 맑은 계곡물에 비쳐 계곡 전체가 꽃으로 물들면서 영주십경의 하나인 영구춘화(瀛丘春花)가 탄생한 명소가 자리 잡고 있다.

오라올레를 지나 정실마을에 들어서면 1934년 창건한 월정사가 나온다. 월정사에는 당대를 대표하며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도내에서 보기 드문 불상 2기가 안장됐다.

고려 말 작품으로 추정되는 ‘목조보살입상’은 향나무로 만들어졌고, 조선 후기 작품인 ‘이조여래좌상’은 진흙으로 제작됐다.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소산오름 서쪽에 ‘동굴 안의 절’로 불리는 구암굴사가 나온다. 예로부터 어머니들의 기도터로 유명한데 지금도 불자들의 소원이 담긴 촛불이 동굴 경내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지계의 길의 종점이자 한라산 해발 650m 자락에는 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가 자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민초들이 양식을 구하러 한라산에 오르기 전 두려움을 떨치고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기도처가 있던 곳이다.

큰스님들의 원력으로 세워진 대형 사찰과 달리 관음사는 제주 출신 비구니 안봉려관 스님에 의해 1908년 창건됐다.

1900년을 전후해 불교에 귀의한 후 해남 대흥사에서 출가한 안봉려관 스님은 제주에 돌아와 관음사에 있는 해월굴에서 백일 간 관음 기도를 올리면서 불사 건립을 계획했다.

한라산 동북쪽 기슭 아미산에서 근대 제주 불교를 태동시킨 관음사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4·3당시 전략적인 요충지인 이곳에서 토벌대와 무장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여 사찰이 모두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도량 주변에는 경계 참호 등 당시 흔적이 남아 있으며, 현재의 사찰은 1968년 복원됐다.

관음사는 4·3영령들을 치유하고 원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1992년부터 해마다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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