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놀멍, 쉬멍, 걸으멍…소를 닮은 섬에서 진정한 쉼을 누리다
(31)놀멍, 쉬멍, 걸으멍…소를 닮은 섬에서 진정한 쉼을 누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우도
   

오밀조밀 들어선 자그마한 집들, 길게 이어진 까만 돌담, 멀어질수록 차츰 색을 달리하는 곱디고운 해변. 누워있는 소를 닮아서인지 너무도 한가롭고 느긋해 보여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섬이 바로 우도다.

 

‘섬 속의 섬’ 우도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동쪽으로 2.8㎞,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포에서 북동쪽으로 3.8㎞ 해상에 있으며 남북 길이가 4㎞, 동서 길이가 3㎞ 정도로 제주에 딸린 섬 가운데 단일섬으로는 가장 크다.

 

▲우도와 설문대할망=우도의 탄생 전설은 제주의 창조신인 설문대할망과 관련이 있다.

그 옛날 우도는 지금처럼 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었다. 어느 날 외출을 나섰던 설문대할망이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져 한쪽 발은 오조리의 식산봉에, 다른 한쪽 발은 성산일출봉에 디디고 않아 소변을 봤다. 그런데 그 소변 줄기가 어찌나 세었던지 육지가 파이며 소변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제주도의 한 조각이 동강이 나서 떨어져 나갔다. 이 조각이 바로 우도이고, 소변으로 깊이 파인 곳은 바다가 됐다고 한다.

 

섬에 가기 위해서는 성산포항에서 배를 타면 된다. 10분 정도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다 보면 우도의 천진항에 도착한다.

 

섬의 첫인상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천진항에서 시작되는 우도 올레길로 향하는 길손, 섬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우도봉부터 정복하려는 성급한 등산객, 스쿠터에 몸을 맡겨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연인들. 우도를 만끽하는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선착장에서 순환버스를 타면 처음 섬에 온 사람일지라도 손쉽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하늘과 땅(천진관산·지두청사), 낮과 밤(주간명월·야항어범), 앞과 뒤(전포망도·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서빈백사)가 모두 아름답다’는 우도8경을 버스기사의 뛰어난 입담과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새하얀 홍조단괴해빈이 펼쳐진다. 천연기념물 제438호인 ‘서빈백사’다.

짙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백옥처럼 하얀 모래사장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서빈백사의 신비로움은 자연이 빚은 조화다. 우도와 성산포 사이에 서식하는 김이나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가 석회화되면서 암석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만들어진 ‘홍조단괴’가 강한 조류 등의 영향으로 떠밀려와 쌓여 수백m의 백사장을 이룬 것이다.

 

 

   
       득셍이코지                                       홍조단괴해빈                                      소원돌탑

▲득셍이코지=서빈백사를 지나 섬의 또 다른 항구인 하우목동항을 향하면 ‘득셍이코지’를 만나게 된다. 바다로 툭 튀어나온 ‘곶’인 이곳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과거 종달리에는 목청이 좋기로 유명한 김씨가 살았다. 그는 우도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풍랑이 거세져 돌아가지 못해 하룻밤을 섬에서 보내게 됐다. 그는 자신의 노비인 득셍이가 밭일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해안가에 서서 종달리의 밭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런데 웬걸, 득셍이가 쟁기에 몸을 기대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화가 난 김씨는 “야 이놈 득셍아, 일어나 밭 갈아”라고 외쳤고 이에 깜짝 놀란 득셍이가 벌떡 일어나 밭을 갈았다고 한다. 이후 이곳을 김씨가 득셍이를 불러 깨운 코지라 해 ‘득셍이코지’라고 불렀다.

 

▲놀멍, 쉬멍, 걸으멍 즐기는 우도=우도의 둘레는 16㎞, 면적은 6㎢ 정도다. 그리 큰 섬은 아니지만 몇 시간 안에 다 둘러보기는 어렵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를 지냈던 ‘돈짓당’과 소원을 빌며 하나 둘씩 쌓아올린 돌이 탑을 이뤄 길게 이어진 ‘소원기원돌탑길’, 현재 해녀탈의실로 사용되는 영화 인어공주의 촬영장소 건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일정이 바쁘다고 지나쳐 버린다면 무척 아쉬운 일이다.

특히 섬 전경은 물론 성산일출봉과 한라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도봉은 우도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필수코스다.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우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스쿠터 타기보다는 걷기를, 오늘의 마지막 배표보다는 하룻밤의 여유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